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4.10.21 14:48:56

김승호

서원고 교사

19세기 영국에서는 죄수들을 배에 실어 호주 대륙으로 이주시켜 호주를 개척했다. 100년간 약 16만 명을 옮겼다고 하니 많은 수의 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충분한 배가 없었기 때문에 배를 가진 선장들에게 죄수 이송을 맡기는 계약을 한다.

선장은 많이 태울수록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으니 배의 정원을 넘겨 가며 사람을 태웠다. 그러나 위생 문제를 방치하고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긴 항해 동안 위생 문제와 식사 부족으로 많은 죄수들이 배에서 죽었다. 무사히 도착하는 비율은 40%가 넘지 못했다. 영국 정부와 인권 단체들은 "죄수들이 무사히 호주로 가게 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선장들 입장에선 비용을 들여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 때 빈민 문제와 공중 보건 문제를 다루던 사회개혁가 에드윈 채드윅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낸다. 그는 영국 정부에 선장들에게 돈을 미리 지급하지 말고, 호주에 살아서 이송된 죄수의 수에 따라 주라는 조언을 한다. 영국 정부는 그의 말을 받아들였고, 40%에 그치던 죄수의 생존율이 98%까지 증가하게 된다. 선장들이 더 많은 이송비를 받기 위해 배의 정원만큼 죄수들을 태우고 깨끗한 위생 시설과 좋은 음식도 제공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와 선장의 이익은 달랐다. 영국 정부는 더 많은 사람을 호주에 이송시켜야 했고, 선장은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했다. 이러한 동상이몽은 죄수들을 배에서 죽게 만들었다. 채드윅의 조언은 영국 정부와 선장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것이었다. 더 많은 사람을 호주에 이송시키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문제는 해결됐다. 이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자신의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목표를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을 정확히 해야한다는 것이다.

학생을 종종 죄수에 비유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19세기 영국의 죄수 호주 이송을 학교에 빗대고 싶은 욕구가 든다. 몇 명이 살아남는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많이 태워서 항해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방식에서, 최대한 많은 이들이 살아남도록 신경 써야 하는 항해로의 변화가 마치 우리 공교육의 역사 같다. 그런데 우리는 공교육을 통해 무엇을 이뤄야 하는지 아직 일치된 목표를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교사들의 경쟁과 평가를 제공한다고 성과급제도, 교원평가제도 등을 투입하였지만 그것이 국가와 개인의 이익에 일치되는 것이었는지 의문이다. 애초에 목표가 분명하지 않은 탓도 크지만, 경쟁이라는 처방을 남용한다. 교육에 대한 해법도 마치 계속해서 배 안에서 달리기 경주를 시키는 것 같다. 배가 육지에 정박했을 때 가장 빨리 달려 나갈 수 있게 하자며 배 안에서 끝없는 달리기를 한다. 막상 도착했을 땐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어려운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코로나19가 끝났지만, 그 후유증은 아직 학교 곳곳에 남아있다. 최근 고등학교를 중단하는 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다. 현장에서 보기에는 코로나 이후 학교 부적응의 영향이 크다. 코로나 시기 관계맺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학생들이 의무교육 기간을 겨우 참다가 고등학교에 오자 포기하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초등학교, 중학교 시기에 빨리 발견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공교육의 과제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학교에서는 아직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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