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에 따른 불평등은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가

2024.05.20 14:56:28

김승호

서원고 교사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과목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대 정책'에 대해 수업을 하면 학생들 상당수가 이러한 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드러낸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 입시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전형을 따로 만드는 것인데, 많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더 대우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맞다. 우대 정책을 통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 정책이 반드시 더 나은 것도 아니다. 학생들의 주장이 특정 집단을 무시하거나 하는 극단적인 내용도 아니다. 능력에 따른 보상이라는 강한 원칙을 보일 뿐이다. 다만, 갈수록 심화되는 능력주의 트렌드에 대해 우려가 든다. 능력에 따른 불평등이라면 그 내용과 정도에 상관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불평등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처럼 대학입시가 전체 인생을 좌우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사회에서, 대학입시가 오직 개인의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학교는 의외로 제법 평등한 곳이다. 더글러스 다우니가 쓴 <학교의 재발견>에 따르면, 학교는 불평등을 유발하는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 문제를 완화시켜준다. 학생들은 이미 유치원 입학 때부터 격차를 드러낸다. 오히려 학교생활을 통해 이 격차가 줄어들고, 방학 때 늘어났다가 다시 학기 중에 줄어든다.

교육과 관련된 불평등은 학교 밖에서 일어난다. 사교육이 대표적이다. 지난 해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지출액은 27조1천억 원에 달한다. 유치원까지 내려가면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 통일부와 여성가족부의 예산을 합치면 2조8천억 원이다. 사교육 비용을 지출하며 낸 부가가치세(10%)로 두 부처가 운영될 정도다. 어마어마한 비용이다. 사교육은 학생 개인의 능력보다 가정의 경제적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

사교육을 운영하는 전국의 교습학원 및 교습소는 약 11만 개에 달한다. 그런데 지역적 요인도 작용한다. 약 22%에 달하는 2만4천284개가 서울에 있다.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의 수를 합치면 1만1천794개다. 서울의 학원 수가 전국의 초중고 수보다 2배 이상 많다. 이렇게 편중된 사교육으로 인해 결과의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우리 지역의 사교육비가 줄어들었다고 할 때, 이것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과거에는 이러한 차이가 적었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할수록 교육에 있어서 가정의 영역이 커진다는게 지난 수십년 간의 연구 결과다. 교육의 불평등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 발전의 결과다. 시대적 요인이 작용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이러한 사회를 계속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다. 교육을 통해 사회적 부를 배분하기로 결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그 사회의 제도에 따른 것이다. 어떤 사회냐에 따라 능력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 분배는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불평등 그 자체와 정도에 대한 수용을 합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제도라고 할 때, 우리 사회의 인식이 점차 교육 불평등을 그대로 수용하는 제도로 고착화되는 것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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