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대학 서열, 지방국립대부터 바꿔야 한다

2024.03.18 15:11:14

김승호

서원고 교사

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고3학생을 가르친다.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들이 이른바 대학서열 피라미드를 완전히 내재화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서연고부터 해서 마치 조선왕을 읊는 것 같은 두음들은 우리 사회에 뿌리깊다. 과거 우리 사회 경쟁력은 피라미드의 상층부에 올라가려는 교육열에서 나왔다.

이 피라미드는 유독 대학에서 절대적이다. 고등학교만 해도 다르다. 좋은 고등학교가 있다고 해서 모두 좋은 고등학교를 가려고 하지 않는다. 특목고를 갈지 일반고를 갈지는 학생들에게 고민의 대상이 된다. 특목고에서 성적이 낮으면 대학진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차라리 일반고에서 상위권을 하겠다는 것이다. 중3 학부모, 학생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다. 이는 좋은 고등학교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대학 진학에서는 이런 고민이 잘 보이지 않는다. 고등학교 진학 때와 달리, 소위 상위권 대학에서 꼴등을 하더라도 무조건 하위권 대학 1등보다 낫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서울 중위권 대학보다 지방국립대에서 잘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서울 갈 수 있는데 지방에 남는 것은 바보처럼 여겨진다.

"문 닫고 들어온 애가 제일 원서를 잘 쓴 것"이라는 말이 이러한 인식을 잘 대표한다. 조금이라도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어느 고등학교냐보다 고등학교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대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자리잡은데 비해, 대학교는 어디에 가느냐가 끝이다. 대학에서의 4년 생활은 큰 의미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제도적 문제다. 한국 대학은 교육 중심이라기에도 연구 중심이라기에도 애매하고, 기초학문과 응용학문 중 어느 한 쪽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외국의 대학 제도와 비교하면 제도적 허술함이 더 잘 느껴진다. 최근에는 인구 감소 문제로 통폐합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냥 덩치 유지하기식 변화일 뿐 실제 대학 체계를 건드리는 것은 아니다. 물론 몇몇 교수들은 능력을 발휘해 학생들을 키우고 있겠지만 이를 교수 개개인의 문제로 해결하는 것은, 초중등 문제를 교사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키는 것과 같다.

지방대학 경쟁력 문제는 지방소멸과 관련 깊다. 지방문제 관련 기사를 보면, '그간 지방살리기 정책은 다 실패했다.', '이제는 서울 중심으로 해야한다.', '지방균형발전은 말도 안 된다.' 같은 댓글도 함께 보인다. 서울에 공부모임들을 가봐도 그렇다. 수많은 문제들이 공부 주제로 제시되는데, '지방소멸'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다. 지방의 고민은 서울이 해주지 않는다.

지방이 자생하려면 지방 대학을 봐야한다. 지방 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서울대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이러한 지원의 차이는 출발점의 차이를 더 극대화한다. 왜 우리 지역의 학생들은 더 불리한 교육여건에서 배워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대학서열은 더욱 공고화되고 서울 중시 문화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방 국립대의 문제에 대해 지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예산 증액, 정책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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