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이 마침내 만났다. 예상했던 대로 별 소득은 없었다. 이견을 보이는 정책에 대한 합의도 없었다. 그저 기존대로 입장차만 확인했다. 참 안타깝다.
*** 두 사람의 리트머스 시험지
김 지사와 이 시장이 지난 5일 청주의 한 중식당에서 만났다. 만남은 오찬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의견이 엇갈렸던 현안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하는 선에서 끝났다.
긍정적인 시그널이 있긴 하다. 비공개 회담에 앞서 두 사람은 '갈등은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저 '정책적 이견일 뿐'이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갈등해선 안 된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지역발전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정책에 대한 이견은 언제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쳐져선 곤란하다. 이럴 땐 두 사람의 직접적인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나 소통하면 해결된다.
국민의힘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충북의 중심 정당이 됐다. 지금의 국회 사정과는 아주 다르다. 도내 시·군은 국민의힘 위주로 흘러간다. 충북도를 비롯해 7개 시·군의 단체장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그래서 비교적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김 지사와 이 시장의 갈등 때문이다. 특히 김 지사에게 관심이 집중된다. 충북도가 도내 11개 시·군을 관할·조율하는 광역단체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지난 지선에 첫 도전해 성공했다. 그동안 통합과 협력을 계속 강조해 왔다. 그러나 민선 8기 2년이 지나며 달라졌다. 회동이 있기 전까지 두 사람은 신경전을 벌였다. 회동 당일에도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를 마친 뒤 서승우 국민의힘 도당위원장이 내용을 전했다. 전반적으로 별다른 내용은 없다. 민감한 얘기는 아예 하지 않았다고 한다. 회동에서 두 사람 간에 합의는 없었다.
외견상 두 사람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그러나 성과가 초라했다. 만남 자체가 의미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대엔 못 미쳤다. 두 사람은 빈손으로 떠났다. 이러려고 만났는지 실망스럽다. 충북 정치에서 주목받는 두 사람이다. 양보와 타협으로 생산성을 높였어야 했다. 기대는 컸다. 도민들은, 시민들은 꼬인 현안을 푸는 정치 복원을 기대했다. 앞으로라도 서로를 존중했으면 한다.
물론 두 사람의 회동이 정치적 거래나 협상의 자리로 비춰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갈등의 시그널로 해석되는 건 더 나쁘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다. 이번 회동은 두 사람의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두 사람의 정치적 근수(斤數)를 잘 드러냈다. 정치가 조정과 타협이란 정의에 따르면 두 사람은 낙제점이다.
*** 정치적 근수로 보면 낙제점
두 사람은 충북정치의 꽃이다. 협치 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소통·경청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두 사람은 서로 운영의 파트너십으로 호응해야 한다. 협치 없이는 두 사람이 늘 강조하는 민생은 허언에 불과하다. 정치는 타협의 예술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일이다.
두 사람의 심기는 매우 불편한 것 같다. 그렇다고 무슨 궁리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두 사람은 앞으로 극단적 대립에서 벗어나야 한다. 협치를 통해 더 나은 충북과 청주를 만들어야 한다. 대안은 전부나 전무가 아닌 곳에 있다. 타협을 통해 찾은 절충안이다. 소통의 부재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