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넘어 상생으로

2024.08.13 18:00:53

지난 7월 충주에서 이런 뉴스가 나왔다. 충주시가 원주시와 협력해 소태면 일대에 상수도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내용인 즉 양 도시가 충주시 소태면 6개 마을에 원주시 광역상수도를 공급하기로 협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소태면은 강원도 원주시와 경계한 도계마을로 이곳 일부 마을이 그동안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았다. 특히 소태면 주치리 외촌마을의 경우 기존 충주시 상수도공급계획에 의하면 오는 2035년 이후에나 수돗물 공급이 가능했던 지역이다. 충주시도 일찌감치 이런 사정을 알고 많은 고민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조그마한 시골마을에 상수도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1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사업은 해야하는데 막상 하자니 많은 돈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선뜻 나설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충주시의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 준 것이 원주시다. 조길형 충주시장이 원주시와 협의한 끝에 원주광역상수도를 소태면에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충주시로서는 10억원이 넘는 돈을 아낄 수 있었고, 원주시로서는 앞으로 충주시와의 협력·상생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만들었다. 성공한 지방정부 협력사례로 꼽힐 정도로 충주시와 원주시의 멋진 '딜'은 이웃한 지자체간 특정 사안을 두고 경쟁을 넘어 다툼까지 벌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과거의 모습과는 격을 달리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에 견줄만 사례가 올 상반기에도 있었다. 증평·진천·괴산·음성 등 이른바 중부 4군의 공동장사 시설 건립 건이다. 재정여건과 시급성 등을 이유로 지난해 공동장사시설 건립에서 빠지겠다고 발표한 증평군이 입장을 바꿔 공동장사시설 조성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재합류 의사를 밝히면서 당시 이재영 증평군수는 "지역주민에게 장례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예산이 많이 들고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주민를 위한 사업이라면 최우선순위로 추진해야 한다는 고민끝에 입장을 선회했다는 후문이다. 다소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증평군의 재합류로 이 사업에 참여하는 지자체는 1년 전처럼 4개 군(증평·진천·괴산·음성군)으로 복원됐다. 앞으로 부지공모와 선정, 건립규모 확정, 예산분담비율 조정 등 갈길이 산적해 있지만 성공적으로 사업이 마무리된다면 대표적인 지자체 협력 사업으로 손꼽을 만하다. 이외에도 최근 충북도와 경기도, 여기에 청주, 음성, 진천, 이천까지 모두 6개 광역·기초지자체가 나서서 중부내륙선 지선을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손을 맞잡은 사례,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서 충북·대전·충남·세종 등 4개 충청권 광역자치단체가 올 연말을 목표로 충청권특별광역단체를 설립하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방자치 부활 초반 '남이하면 나도한다'는 식의 맹목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실리와 효율성을 추구하는 이러한 모습은 바람직한 지방자치 발전의 한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지자체간 협력과 상생의 진일보한 모습은 앞으로 더 고도화되고 세련돼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모든 지자체는 예외없이 인구절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가 줄면서 지역이 사라질 판인데 과거와 같은 '나홀로'행정을 하는 것은 시대역행적인 구태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성 있는 행정을 추구하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모토가 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이웃한 지자체간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한정된 예산과 자원을 가지고 서로 '윈-윈'하는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야 말로 지방자치단체의 시대적 사명이다. '멀리가려면 같이가야 한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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