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세상 함께 살아보기

2023.11.12 14:40:49

안종태

충청북도곰두리(장애인)체육관장

예전에는 은행이나 병원에서 번호표를 뽑고 '띵동~'하는 소리를 기다릴 때나 볼 수 있었던 기기가 요즘은 식당이나 카페, 주유소, 주차장 등에서 종종 마주하게 된다. 결재에서 포인트 적립까지 그 자리에서 스마트하게 이루어진다.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이미 키오스크라고도 불리는 무인정보단말기가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무인정보단말기는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어 있다.

사실 필자는 무인정보단말기가 보급되기 시작할 즈음에는 낯설어서 동행인을 앞세우거나, 매장 직원을 찾아 부탁하기도 했다. 얼마 후에 아내의 지속적인 성화에 못 이기는 척, 직접 주문을 해보았던 날이 기억에 남아있다.

제대로 주문이 들어간 것인지 내심 불안해 했다. 그러나 로봇 선반에 음식이 담겨져 내 앞으로 도착 되고서야 '세상 참 좋아졌네' 라고 연신 감탄하며 스마트하게 주문한 첫 음식을 즐겼었다.

이제는 유명한 맛집에서 긴 줄을 서지 않아도 원하는 서비스를 직관적으로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는 하이패스 이용도 가능해졌다. 이 얼마나 편리한 일인가?

하지만 이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이 지점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이유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올해부터 재화·용역 제공자가 무인정보단말기를 설치·운영하는 경우 장애인 편의 제공을 의무화되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대부분의 무인정보단말기에는 정당한 편의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무인정보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높낮이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점자유도블럭이나 음성신호로 시각장애인도 무인정보단말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보다 쉬운 설명으로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인정보단말기는 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하여 사용하기 불편한 것이 현실이다.

매장 내 직원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면 다행인데, 코로나19 이후 무인점포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 이런 경우는 매장 앞에서 아예 마음을 접고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는 형편에 놓여 있다.

참 씁쓸한 것은 '세상 참 좋아졌다'고만 생각했는데,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이전에 없던 또 하나의 차별을 보탠 셈이라는 것이다.

이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것은 장애인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이용에 대한 모니터링 및 개선방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에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개선을 위해 화면구성·조작법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표준 가이드를 개발·보급해나갈 계획이 담겨져 있다. 그나마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 볼 수 있게 되었다.

빠르게 새로운 것이 개발되고, 유행이 바뀌는 요즘 시대에 일상에서 느끼는 삶의 소소한 기쁨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누리게 되는 세상이 진정한 스마트한 세상이 아닐까? 생각하며 글의 매듭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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