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증원 준비부족한 충북대

2024.10.22 09:41:08

[충북일보] 내년도 신입생 정원을 대폭 늘린 충북대 의과대가 준비부족을 이유로 국회 국정감사에서 강한 질타를 받았다. 여야의원 모두 열악한 강의실과 실습실을 문제 삼았다. 김영호(민주당) 국회 교육위원장 등 여야 의원들은 지난 18일 충북대 국정감사에 앞서 의과대학 강의실과 해부학 실습실 등을 둘러보고 큰 우려를 쏟아냈다. 의원 대부분 비좁은 공간과 낡고 오래된 강의실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열악한 공간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수업을 받을 수 있을지 상당히 걱정된다. 대한민국 의료수준이 질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의료계의 목소리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민정(민주당) 의원은 강의실이 대체로 낡고 오래된 것 같다. 정원이 늘어날 경우 수업진행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용태(국민의힘) 의원도 150명 정도의 학생들이 전부 강의를 들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분반이 필요할 것 같다는 등 문제점을 제기했다. 특히 의원들은 실험실과 해부학 실습실을 점검하면서 학생수가 당장 20~30명만 늘어도 큰 혼란이 올 것 같다. 내년 교육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충북대는 2025년 의과대 신입생을 49명에서 두 배 이상 늘린 126명을 선발하겠다고 공고한 상태다. 지난달 13일 마감한 수시원서 접수결과 충북대 의예과는 60명 모집에 1천233명이 지원해 평균 20.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충북대 의과대학이 이같이 의대정원을 늘리면서도 강의실과 실험·실습실 확충에 대한 준비가 소홀하다는 질타는 본격적으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김문수 의원은 "충북대 의대 실습공간이 부족해 보인다"며 무리한 정원 늘리기를 따졌다. 충북대 고창섭 총장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독립된 해부학 실습실 3개동을 순차적으로 짓는다"며 "해부학 실습실이 필요한 시점인 2027년 3월에는 임시실습실을 조성해 교육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발언은 당장 내년부터 정원을 대폭 늘리면서도 서두르다보니 준비를 제때하지 못했다는 점을 자인한 꼴이 됐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현재 의대생과 의사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의과대학 4·5·6관과 해부학 실습실 신축사업비로 책정한 1천600여억원을 야당이 통과시켜줄 것 같으냐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충북대 의대정원 증원명분은 의사부족 문제해결을 통한 필수지방의료 확충이었다. 그러나 의정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국정감사가 진행된 충북대 의과대학 앞에선 의대 교수들과 전국의대학부모연합 40여 명이 의대 정원 확대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의료계는 의대정원 증원문제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수시원서접수까지 마감한 상태에서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없다며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이러는 사이 의료대란이 빚어지면서 환자와 그 가족, 국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충북대 의대 실험·실습실 부족문제만 보더라도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결정을 너무 서둘렀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미 수시원서 접수를 마친 내년도 의대정원까지 철회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정부가 2026년 정원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여지를 남겨놓은 만큼 의료계에서도 적극 대화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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