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0.4㎝ 눈에 '멈춘' 청주시

시, 앞서 '시민안전 대책' 적극 홍보
정작 강설상황엔 대응체제 부실 가동
늑장·소극대응에 3시간 교통정체
크고작은 사고로 5명 부상
"안전불감증 버리고 안전 대비해야"

2022.12.06 20:30:53

대설(大雪)을 하루 앞 둔 6일 오전 청주 일원에 평균 0.4cm의 눈이 내렸으나 제설 작업이 이뤄지지지 않아 곳곳에서 극심한 정체 현상을 빚으며 출근길 교통대란이 일어났다. 이날 오전 10시가 넘도록 청주시 흥덕구 제2운천교에서 1순환로에 이르는 도로에 차량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다.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청주시의 소극·늑장행정에 시민들의 발이 묶였다.

6일 청주 지역엔 바닥에 낮게 깔릴 정도의 적은 눈이 내렸지만,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3시간 가량 교통정체가 이어졌다.

이날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오전 6시 35분부터 8시 38분까지 청주(복대동)의 적설량은 0.4㎝다. 강설 시간이 출근 시간과 맞물리면서 지역 모든 주요도로에선 교통정체가 이어졌고, 총 11건(청주 10건·진천 1건)의 교통사고로 5명이 부상했다. 신고되지 않은 사고를 포함하면 실제 사고 건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시의 미흡한 제설작업이 시민들의 발길을 묶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날 기상청은 충청권에서 1~5㎝의 적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했다.

대설(大雪)을 하루 앞 둔 6일 오전 청주 일원에 평균 0.4cm의 눈이 내렸으나 제설 작업을 하지 않아 곳곳에서 극심한 정체 현상을 빚으며 출근길 교통대란이 일어났다. 이날 오전 10시가 넘도록 청주시 무심천 하상도로가 정체현상으로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김용수기자
기상청의 예보에도 청주시는 즉각적인 제설작업 준비태세를 갖추지 않았다. 자재와 장비, 저감시설만 준비됐을뿐, 이범석 시장 이하 시청 직원들은 눈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

시는 지난 11월 중순 '대설·한파로부터 시민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연재난 종합대책'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15일부터 내년 3월 15일까지 4개월을 '겨울철 중점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안전정책과장을 상황실장으로 8개 부서 5개 반의 '한파대비 TF팀'을 구성했다. 24시간 선제적 상황관리와 기상상황에 따른 단계별 제설대응 체제도 구축·운영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겨울철 자연재난으로 인한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고,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재난에 강한 안전한 청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6일엔 제설대응 체제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청주 외곽도로, 시내도로 모두 교통정체가 극에 달한 오전 7시 50분에야 제설차 24대와 47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시가 보유한 제설차 45대(자체 11대, 임차 34대)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시민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당부하는 '적설안내문자'는 오전 8시 55분 전송됐다.

시의 각 조처는 이미 도로는 오도가도 못하는 차량들로 주차장이 돼 버린 후에 이뤄졌다.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영하의 날씨가 맞물려 도로는 빙판으로 변했다. 크고작은 1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5명이 부상했다.

청주시의 늑장 대응으로 교통대란이 빚어지면서 지역 내 수 곳의 학교는 등교시간을 늦췄다. 각 기관·업체에선 지각이 속출했다. 주요도로의 교통정체가 풀리기 시작한 시각은 10시 30분께다.

용암동에서 1순환로를 통해 운천동으로 출퇴근하는 한 직장인은 "평소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길인데 2시간 30분이 걸렸다"며 "겨우 0.4㎝의 눈이 쌓였다는데 이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청주시를 성토했다.

대설(大雪)을 하루 앞 둔 6일 오전 청주 일원에 평균 0.4cm의 눈이 내렸으나 제설 작업을 하지 않아 곳곳에서 극심한 정체 현상을 빚어 출근길 교통대란이 일어났다. 이날 오전 10시가 넘도록 청주시 흥덕구 제2운천교에서 1순환로에 이르는 도로가 차량들로 꽉 차 있고, 인도에는 시민들이 걸어서 출근을 하고 있다.

ⓒ김용수기자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차량 통제도, 제설작업도 전혀 안 된 도로에서 차량은 제자리 걸음이었고, 출근시간은 평소의 몇 배 이상을 소요하게 됐다"며 "청주지역 평균 0.4㎝ 남짓 내린 눈에 시민안전과 관련한 행정의 미온적인 대응이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출근길 안전까지 불안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가 안전불감증을 버리고 행정의 만전을 기해 앞으로 시민불편과 안전에 철저히 대비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논평을 내 "이범석 시장의 '제설 無대비, 無대응'에 청주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사고로 안전과 생명까지 위협받았다"며 "이 시장은 사상 초유의 교통대란에 대해 시민들에게 즉각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주시는 기상예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불찰'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전날(5일) 눈 관련 기상예보가 오락가락하면서 시의 대처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이에 시민 여려분들에게 큰 불편을 끼쳐드리게 돼 죄송하다"며 "추후엔 사전 조처를 통해 출퇴근길 교통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성홍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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