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面), 큰 바위 얼굴, 천명의 희망 얼굴

윤건영 청주교육대학교 교수

2021.10.20 18:12:52

윤건영

청주교육대학교 교수/ 전 총장

面, 얼굴을 뜻하는 한자입니다. 얼굴에는 듣고 보고 말하고 냄새를 맡는 기관인 이목구비(耳目口鼻)가 있습니다. '얼'은 영혼이고, '굴'은 통로라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얼굴은 심신(心身)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한 인간의 상징입니다.

얼굴과 관련한 속담이나 사자성어가 많습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도 있고, 얼굴이 기쁜 표정으로 가득할 때 만면희색(滿面喜色)이라 하고, 얼굴에 근심의 빛이 가득할 때 만면수색(滿面愁色)이라 합니다. 모르는 사람을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사람이라 하고,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사람을 철면피(鐵面皮)라고도 합니다. 이렇듯 얼굴(面)은 예나 지금이나 감정이나 생각을 나타내고 교류하는 창으로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깊이 연관돼 있습니다.

'큰 바위 얼굴'은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작품으로 미국 나다니엘 호손이 1850년 발표한 단편 소설입니다. 가상의 마을과 사람의 얼굴 모양을 하고 있는 바위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큰 바위 얼굴이라 불리는 거대한 얼굴 모양의 바위산이 있었습니다. 어니스트는 어린 시절부터 마을에 있는 바위산의 장엄하고 인자하며 자비스러운 얼굴을 보며 자랐습니다. 어니스트는 어머니가 말해준, 언젠가 저 바위산과 닮은 얼굴의 위대한 인물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설을 굳게 믿고 어린 시절부터 청년, 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큰 바위 얼굴과 닮은 인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립니다.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동경하다가 마침내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렸을 때 부모나 선생님의 한마디 칭찬이 큰 바위 얼굴을 만든다는 말도 그렇게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얼굴을 소재로 한 삶의 이야기는 많이 있습니다. 우리 지역 음성군에도 '큰 바위 얼굴 테마 조각공원'이 있습니다. 고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세계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인물 1천여 명의 얼굴 조각 작품과 700여 점의 동물상 등이 전시돼 있습니다.

또 하나의 얼굴 이야기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희망얼굴을 그리는 감초교장' 지선호 교장선생님의 캐리커처 작품 전시회입니다. 지 선생님은 학생과 교직원, 기업인, 봉사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계 인사 1천여 명의 희망얼굴을 그렸습니다. 그동안 그린 캐리커처는 2천500여 점에 이릅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분으로서 지 선생님이 보여주고 있는 열정이 마냥 감탄스럽기만 합니다. 선생님의 존중과 배려의 마음, 헌신의 노고에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지 선생님은 6년 전 가경중학교에서 캐리커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졸업앨범에 실린 모든 졸업생과 교직원 등 250여 명의 희망얼굴을 그려 전달한 적이 있는데, "40여 일의 힘든 작업으로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완수한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다"고 지 선생님은 말합니다. 그때 이후 지 선생님은 학생과 교사들과 더불어 지역사회 추천 인물, 기업인, 소상공인, 연예인, 정치인, 문화예술인 등 사회인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희망얼굴이 1천여 명쯤 됐을 무렵인 2017년에 첫 전시회를 열고 캐리커처 얼굴로 우리 지역에 희망의 가교를 만듭니다. 오는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힘내라 대한민국, 천 개의 별'을 주제로 한 그 두 번째 전시회가 열립니다. '당신을 업으니 내 등이 따뜻해', '지역과 함께 이웃과 함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힘내라 대한민국' 등을 테마로 천여 명의 캐리커처가 소개되며 희망얼굴 초청 토크 콘서트, 문화 공연, 후원행사도 함께 마련돼 코로나19로 지쳐 있는 시민들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라고 한 어느 문인의 구절이 떠오릅니다. 지선호 선생님이 그려나가는 희망 얼굴이 만개가 되고 백만개의 얼굴이 되어 사람과 사람사이의 섬을 이어주는 아름다운 다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슬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노적성해(露積成海)', 이번 각계 인사 1천여 명의 희망얼굴 전시회는 얼굴과 얼굴이 이어져 마침내 희망을 이루는 시간과 공간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평생 이룬 삶의 흔적을 담고 있는 '희망얼굴'들이 신세대들에게 더 큰 꿈과 희망의 디딤돌이자 등대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얼굴과 얼굴로 이어지는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연결을 지선호 선생님의 캐리커처와 함께해 보는 것은 어떠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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