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진정한 의미 되새겨야

2014.08.20 18:27:34

윤건영

청주교육대학교 교수

혁신이 화두가 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00혁신' 또는 '혁신00'을 내세우고 있다. 혁신은 짧은 시간 안에 총체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한 개선이나 개혁(reform)을 말하기보다 전환(transform)을 의미한다. 기존의 방식을 전제로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지속적인 개선을 하는 것만으로는 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혁신은 경제학자 슘페터(Schumpeter, J.A.)가 구체화하였다. 그는 경제발전론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혁신을 강조하였다. 교육 영역에서 혁신의 이론적 기초는 듀이(Dewey, J.)가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는 교육은 자율성을 기반으로 주체적인 성찰과 반성, 그리고 재구성을 통하여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교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존중과 배움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에서의 혁신은 다른 영역에서의 혁신과 달리 신중할 필요가 있다. 교육은 단순히 기술적, 제도적 혁신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공교육은 보전과 존속을 강조하는 측면과 변화와 발전을 강조하는 측면이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교육에서 혁신을 획일적으로 주도하는 것은 오히려 교육의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유념할 것이 있다. '거인이 춤추는 법을 배울 때(When GiantsLearn to Dance)'의 저자이자 혁신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캔터 교수는 혁신의 함정을 경고하면서 '통제의 함정'을 강조했다. 불확실성이 많은 새로운 프로젝트의 성과에만 급급하여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무모하게 추진하다가 장기적으로 사업 자체를 망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이란 '가죽을 벗겨 새로 손질해서 면모를 일신한다'라는 뜻이다.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통해서만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혁신의 성공확률은 30%를 넘기 힘들다고 했다.

우선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단기간에 적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시행되어 온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 것이기 때문에 가치 없다고 인정받으면 반항하게 되어 있다. 특히 교육에서의 혁신은 패러다임 전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아무리 새로운 교육정책을 세웠다 할지라도 기존 구성원과는 틈이 존재하기 마련이며 이를 줄여 지속가능한 교육정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수반되어야 된다. 새로운 여건에 걸맞은 사고의 전환, 역량, 시스템이 추가로 필요하다. 제반 여건이 모자란 상태에서 무리하게 이 혁신을 추구하면 성장통에 걸리게 되고 '혁신의 함정'에 빠져 성장은 커녕 오히려 후퇴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충북 교육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혁신학교 정책도 신중한 대처가 요구된다. 혁신학교의 기본철학은 기존의 사례나 측근의 의견을 넘어서 '학생을 위해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어야 한다. 충북교육의 수장으로서 교육감이 자신을 교육감에 앉힌 사람들을 쳐다보며 교육을 재단하거나 기존의 혁신학교 사례를 성찰적 검토와 여론 수렴 없이 추진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모방이다. 단순한 모방이나 답습은 얼마 지나지 않아 통제의 함정으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충북 교육의 성공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혁신학교에서 드러난 치명적인 단점을 보완하고 충북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진화된 충북형 혁신학교 모델이 무엇인가를 모색해야 한다. 온고지신이라고 했다. 기존질서를 무작정 잘못이라고 치부하면 뿌리가 흔들려 방향을 잃게 된다. 아무리 사람이 바뀌고 상황이 변해도 교육의 근본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혁신의 방향과 속도는 진정 충북 교육과 충북의 학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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