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등속 떡 이야기 ③격이 높은 떡 '꿀떡'

2021.05.13 17:18:07

지명순

(사)전통음식문화원 찬선 원장/유원대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 교수

꿀떡을 만들다가 문득 나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문명사회에서 100년 전 옛날 음식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하고 말이다.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의 근본은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음식에도 격이 있다. 예를 들자면 보기에 화려하고 입에 맛있게 느껴지지만 질리는 음식은 격이 낮은 음식이고 단정하게 보이고 입에 순하게 느껴지는 맛이지만 자꾸만 먹고 싶어지는 음식은 격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반찬등속 떡 중에서도 격이 높은 떡이 있는데 바로 '꿀떡'이다. 우리가 늘 보아왔던 꿀떡과는 이름만 같을 뿐 재료나 만드는 방법은 전혀 다른 동명이병(同名異餠)의 떡이다.
이미 알고 있는 꿀떡 만드는 방법은 멥쌀가루를 쪄서 차지게 치댄 반죽에 꿀이나 설탕을 넣고 모양을 빚어 만든다. 속재료 특유의 달콤한 맛이 나는 떡이다. 하지만 반찬등속에 기록된 꿀떡 만드는 방법은 전혀 다른 방법으로 만드는 꿀떡이다.

꿀떡은 쌀가루를 바싹 말려서 꿀과 한데 반죽하여 시루에다 켜를 놓되 켜를 얇게 놓고 석이를 놓으며 잣을 드문드문하게 놓으며 켜켜이 다 그렇게 놓아서 쪄서 써라 <반찬등속 꿀떡만드는 법>

그러면 왜 <반찬등속> 꿀떡이 격이 높은지 풀어보기로 하자! 첫째로 재료인데 쌀, 꿀, 석이버섯, 잣 등 평소에 구하기 어려운 귀한 것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보리고개로 밥 먹기도 어려웠던 시절에 쌀로 떡을 만드는 것은 특별한 날을 기념해 만들어 먹던 음식이다. 꿀은 지금처럼 양봉이 아니라 토종꿀만 채취하여 약으로 사용되었는데 이것을 쌀가루에 섞어 단맛을 냈다. 석이버섯은 깊은 산속의 바위 표면에 오랜 세월 자라는 버섯으로 단백한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금강산에서 딴 석이로 만든 '금강석이병'을 최고의 떡으로 쳤다. 그리고 풍미가 일품인 잣까지 사용하였다. 둘째로 쌀가루를 말린 다음 꿀을 쌀가루에 먹여 꿀맛이 충분히 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름은 꿀떡이지만 꿀 한 방울 들어가지 않고 단맛이 난다는 뜻을 가진 꿀떡과는 다르다. 셋째로 떡 만드는 방법인데 쌀가루에 부재료를 대충 섞어 한 번에 안쳐 찌는 마구설기와는 달리 쌀가루 켜를 얄팍하게 안치고 그 위에 석이버섯 채와 잣을 올리기를 반복적으로 하여 깨끼 모양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시루에서 김이 오르자 불을 낮추어 뜸을 들이다. 꿀떡이 완성되었다. 조각낸 꿀떡 사이로 검은색 석이버섯 줄이 겹겹이 생겨 흑백의 색감이 모던하고 단정하다. 떡 한 조각을 조심스럽게 베어 물었다. 입 안 가득 신선한 잣 향이 퍼지면서 꿀의 은은한 달콤한 맛도 느껴졌다. 있는 듯 없는 듯 단백한 석이버섯의 질감도 느꼈다. 순간, 잣을 따는 청살모와 꽃에서 꿀을 따는 벌의 모습과 높은 산 바위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검게 자라나는 석이버섯이 그림처럼 그려졌다. 이렇게 재료의 맛이 생생하고 자꾸만 먹고 싶어지는 이 꿀떡이야 말로 참으로 격이 높은 음식이 분명하다.

숨차게 살아가는 삶의 여정이지만 가끔은 격이 있는 음식으로 행복의 격도 높여 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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