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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1.27 16:56:50
  • 최종수정2022.03.03 10:11:35

지명순

사단법인 전통음식문화원 찬선 원장

깍두기는 설렁탕, 곰탕과 잘 어울린다고들 얘길 하지만 내 기억 속에 깍두기와 진짜 잘 어울리는 음식은 따로 있다. 바로 돈까스! 그것도 고급 레스토랑 말고 경양식집 돈까스는 깍두기와 같이 먹어야 제 맛난다.

돈까스에 소스 잔뜩 묻혀서 깍두기 하나 올려 먹으면 진짜 입에 착 붙는다. 기름지고 닝닝한 맛을 깍두기의 새콤한 맛과 아삭한 맛이 산뜻하게 잡아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이 깍두기는 보통 깍두기보다 모양이 아주 작다.

이렇듯 작고 정육각형의 네모반듯하게 담는 깍두기를 궁중에서는 '정깍두기'라고 불렀다. 정깍두기는 임산부가 몸과 마음이 바른 아이를 출산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또 정깍두기를 삶아서 양념에 버무리면 '숙깍두기'라고 했다. 이는 어르신과 어린아이를 위한 깍두기이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깍두기 하나에도 먹는 이에 대한 배려와 마음을 담아 만들었던 것이다.

'
반찬등속'에도 정깍두기처럼 담는 깍두기 담는 방법이 기록돼 있다.

"깍두기 무는 네모가 반 듯하게 조그맣게 썰어 소금에 절인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고추와 마늘을 난도하고, 생강은 채 썰어 양념으로 사용했고 조기도 다져 넣었다.

모든 양념을 손으로 다져 만들 생각을 하겠지만 인간은 호모사피엔스라고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영장류이다.

예전에도 나름 편리성을 갖춘 주방도구들이 있었다. 절구나 큰 방아에 찧지 못하는 소량의 곡식이나 양념 등을 찧을 때 쓰던 '확독'이 대표적이다.

확독은 안쪽이 우툴두툴한 넓은 너럭지 형태의 그릇에 공이라고 하는 동그란 돌을 돌려 재료를 갈아주는 조리도구이다.

농촌의 일상을 서술한 조선시대 고문서 '산림경제'에 의하면 조선시대 양반집에서 사용하던 부엌살림이 65종 가량이 된다고 했다.

그 중에 김치를 담글 때 사용했던 백자 강판이라는 게 있는데 이는 우리가 지금도 사용하는 강판과 같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그 시절 생강을 주로 갈았기 때문에 이름이 강판이라고 이름이 부쳐졌다.

양념단지도 진흙으로 빚은 작은 옹기가 사용했는데 그릇자체가 숨을 쉬어 양념을 상하지 않게 오래 보관할 수 있었다.

또 됫박은 요즘도 쌀집에서 간간히 볼 수 있는데 이는 김치를 담글 때 일종의 계량컵 역할을 했다.

깍두기에 관한 기록은 '춘향전'에도 나온다.

"어사또 상을 보니 어찌 아니 통분하랴, 떨어진 개상판에 콩나물, 깍대기, 막걸리 한사발 놓았구나!"

'춘향전'이 나온 게 정확한 연도는 나와 있지 않지만 대략 영·정조시대로 추정하는데 그 시절에도 이미 깍두기를 먹었다는 이야기이다.

영·정조 시대부터 여러 고문서에 깍두기에 대한 기록이 나오긴 하지만 궁중에서는 깍두기가 아닌 '송송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민가에서는 '젓무'혹은 '홍저'라고 했다.

'깍두기'라는 음식명을 정확하게 기록한 조리서는 반찬등속이 처음이다.

돈까스처럼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 명절이 코앞이다. 산뜻하고 아삭한 깍두기 한사발 담아 설음식과 함께 차리면 어떨까 한다. 이왕 깍두기를 담을 것이라면 반찬등속 깍두기처럼 작고 네모가 반듯한 정깍두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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