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을 울렸던 '히말라야'

2009.02.11 20:23:31

원영미

충북청소년활동진흥센터 팀장

한반도의 중심 충북! 청소년과 교사들이 함께 하는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 36명은 지난 1월 4일(일)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로 향했다. 카투만두 야간거리는 어두웠다. 호텔 창밖으로 드문드문 보이는 불빛과 차량 경적음. 하루 전기가 6시간 밖에 공급되지 않는다는 호텔 관계자의 말에 다시 한 번 창밖 풍경을 바라본다. 차분하고 조용하고 무거운 느낌.

지금의 내 마음과 같은 느낌이랄까· 내일이면 5,450m 에베레스트 칼라파트라봉을 오르기 위해 공항으로 향해야 하고, 나는 청소년 대원 11명의 인솔자가 되어야 한다. 한국에서의 그 자신감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비행기 창밖으로 내려다 본 히말라야산맥의 장엄함에 한없이 작아지는 나의 모습과 삶에 대한 겸허함을 배우며 네팔에서의 첫날밤을 보낸다.

카투만두의 아침은 내겐 신선한 충격이다. 차선도 없는 좁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오토바이, 사람, 심지어 개와 소까지 한데 엉켜 여간 복잡한 데가 아닌 카투만두의 거리. 그런데도 아무 탈 없이 다니는게 신기하다. 매케한 연기로 가득하고 맘 놓고 심호흡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도시의 사람들 표정은 해맑고 느긋하기만 하다.

이제 루크라(해발2,800m)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날씨 덕분에 공항에서 4시간 이상을 기다려도 어느 한 사람 항의하거나 시비거는 사람이 없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20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루크라로 향하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결코 쉽게 받아들여 주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기류로 인해 비행기가 흔들릴 때 마다 삶과 죽음의 문턱을 오르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풍경을 감상하며 수많은 관계가 얽히고설킨 복잡한 한국을 벗어나서 이렇게 푸근하게 감싸주는 자연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Have sweet·" 커다란 눈망울로 손을 내민다. 사탕을 달라며 우리 대원들을 쫓는 아이들. 한국에서라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길가에 늘어서서 지나가는 우리 탐사대원들을 보며 외치는 말이다.

가는 길목마다 아이들을 접할때면 지금 우리가 더 높은 곳의 학교에 전달할 물품을 여기 이 길가의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우리 탐사대의 목적인 오지학교 자원봉사활동을 위하여 팡보체스쿨(4,000m)과 바니빌라스세컨드리스쿨(1,300m)을 방문하였다. 신발이 비싸서 운동화 대신 슬리퍼를 신고, 하루 한 끼 식사를 찌야(홍차와 우유를 섞은 것)로 대신하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켜야 하는 네팔 청소년들. 하지만 항상 맑게 웃고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아이들.

우리 돈 1,600원이면 100개들이 사탕 한 봉지를 살 수 있는데 그 흔하디흔한 사탕 하나에 저렇게도 감사하고 기뻐하는 네팔의 아이들. 우리가 건넨 것은 고작 양말 몇 켤레, 치약, 칫솔, 공책, 연필, 축구공.......

대한민국에선 흔한 문구류와 체육용품인데도 건네받은 가방을 들고 운동장을 뱅글뱅글 돌며 기뻐하는 네팔의 큰 눈을 가진 아이들.

이런 네팔 히말라야 청소년들과의 만남속에서 우리 청소년대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네팔 히말라야에서 만난 청소년들의 모습속에서 그저 가난하고 불쌍한 아이들이라는 동정심만이 남지 않기를 바라본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하산하여 전 대원 36명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퍼슈파티나트사원을 방문하였다. 사원앞으로 버그머티강(갠지스강의 지류)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를 사이에 두고 상류층과 서민층이 나눠지는 화장터에 들어섰다.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 시체앞에서 어슬렁거리며 동전과 옷을 건져내는 이들. 뽀얗게 뒤덮은 연기와 살을 태우는 묘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이승에서의 흔적을 지워내는 의식이 이뤄지는 곳. 시체를 버린 재가 가득한 강물에 목욕하는 아이들. 희로애락으로 점철된 삶이 연기와 함께 한 줌재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또 하나의 삶으로 받아들이는 네팔인들. 나 또한 이들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짧지만 긴 여정 네팔 히말라야에서의 18박 19일동안 나는 이곳에서 사람을 만났고 자연을 배웠으며 그리고 나를 찾았다.

이 세상에 나를 있게 해 준 부모님께 머리 조아려 감사함을 전한다. 건강함과 풍요로움 가득한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 인가! 모든 것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언제나 미소를 지으며 순박하게 살아가는 네팔 사람들. 내 영혼을 울렸던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의 18박 19일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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