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푸른 창가에서

2020.05.31 16:55:15

푸른 창가에서
                            김현순
                            충북시인협회




먼지가 추억처럼 희미하게 쌓인
오래된 공간 속에
물감 냄새가 빛바랜 청바지처럼
털털하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

반질반질 닳아있는 나무 계단을 지나
아치형 창가에서
오늘도 가진 것을 하나씩 비워가는
노교수가 오래된 축음기를 틀자
갈색 나무를 닮은 따뜻한 목소리가 나온다

언젠가 먼 이국땅을 배경으로
훤칠하게 서 있는
그의 꽃 같은 젊음이
작은 액자 속에서
바람처럼 미소 짓더니, 이내
나무계단을 가볍게 내려간다

아이비 넝쿨 우거진
푸른 정원에
햇살 가득 내리고

먼 길 향해 집을 나서기 전
그가 연보라 싱그런 붓꽃을 모아
십자가 앞에 기도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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