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 섹스 아닌 인권의 문제이다

2018.03.15 13:45:31

임현규

와칭인사이트 대표

직장내 위계에 의한 성희롱를 다룬 영화로 1994년 미국영화중에 <폭로(Disclosure)>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직장내 성희롱을 남자가 아닌 여자가 가해자로 나온다는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대강의 줄거리는 탐 샌더스(마이클 더글라스)는 유능하고 촉망 받는 인재로 곧 부사장으로 승진될 예정이었으나, 그런 예상과는 달리 그 자리에 메리더스 존슨(데미 무어)이 그의 상사로 부임하게 된다. 둘은 결혼전 연인관계였다.

부임후 메리더스 존슨(데미 무어)은 사무실로 그를 불러 유혹하는데 주인공은 그녀를 뿌리치고 그 자리를 도망치듯 떠난다. 그런데 다음날 메리더스는 탐에게 성푝행을 당했다고 회사에 알리고 고소를 한다. 이에 탐은 자신과 가정을 지키고 결백을 밝히기 위해 역고소를 하며 힘들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기존의 성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을 거꾸로 설정해 일반인에게 조직내 성희롱은 단순히 성적 공격이 아니라 권력관계에 의한 강요가 문제라는 것을 알리고자 했던 것 같다. 단순히 성적 행위나 남녀관계로 보는 일반의 비난에 대해 영화는 "성폭력은 섹스가 아니다, 권력이다."라고 말한다. 조직내 권력을 앞세운 폭력인 것이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미투운동은 권력을 가진 자가 행하는 폭력에 대한 분노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권력에 의한 성폭력은 더 나아가 인권에 관한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조직내 상사나 윗사람이 부하 직원이나 아랫사람에게 가하는 성희롱, 성폭력은 남녀간의 연애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수평적이어야 하는 관계를 상하관계라는 요인에 의해 강요되고 왜곡 시킨다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자발적이어야 할 인간의 행위가 위계에 의해 강요되면 권력에 지배당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거절할 수 없는 인권침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좋고 나쁨에 대해서 자신의 의지와 감정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동할 기본적 권리, 즉 인권을 가진 인격체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런데 조직내에서 위계에 의해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행위인 애정을 강요받고 승진, 일자리 유지, 업무와 관련한 문제 등애서 약자인 피해자는 본인의 인권을 포기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에 우리는 지금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많은 피해자들이 이런저런 의혹제기나 인신공격성 문제제기, 혹은 가족들에 대한 음해 등등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데 우려와 더 큰 분노를 가지게 된다. 2차 피해에 관한 기사들을 읽으면서 인권을 침해당한 한 개인의 사생활과 가족관계, 그 피해자의 개인사에 대해 얘기해야할 이유나 필요가 있는가? 유명한 방송인은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 각 조직에서 일어난 미투운동에 마치 어떤 배후세력과 이 운동을 이용하는 정치세력이 있으니 주의해 지켜보아야 한다는 듣기에 따라서는 협박성으로도 들릴 얘기까지 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미투운동을 남녀간의 섹스나 애증관계로 보고 동등한 상황에서 벌어진 연애드라마나 정치적 권력암투의 연장선상으로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인권이 침해당하고 그로 인해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당한 피해자의 아픔만을 생각해야 하는건 아닐까. 본인의 힘과 능력으로서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권력이 강요하는 그 순간에 두렵고 떨고 있었을 피해자들의 아픔을 우리는 이해하고 미투운동이라는 그들의 용기있는 행동을 지지하고 동참해야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나아가 사회전반에 권력에 의한, 즉 위계에 의한 강요, 인권침해가 더 이상은 없도록 두눈 크게 뜨고 살펴보고 다시는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못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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