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독운전(愼獨運轉)

2016.08.28 15:08:53

김병규

상당고 교장

금년 여름은 연일 폭염으로 고생을 제법 했다. 창문을 다 열어 젖혀도 염천에 달궈진 지붕 때문에 열기가 푹푹 찌니 낮은 물론이고 밤에도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 이럴 때 바람목 시원한 나무 그늘에 자리 깔고 낮잠이라도 자면 왕후장상도 부럽지 않으련만. 그래도 마음뿐이라 이목이 번다한데 어디서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다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예의와 염치는 물론 인간생활을 위한 배려라 한다. 그럼에도 군자는 누구도 보지 않은 곳에서도 자신을 경계하며 삼가고 그 누구도 듣지 않는 곳에서 두려워하고 염려하며 자신을 경계하였다. 숨은 곳에서보다 자신의 모습이 더 잘 드러나는 것이 없고, 은미한 데에서 보다 자신이 더 잘 드러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자는 그 혼자 있을 때 더욱 삼가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린다. (중용) '君子必愼其獨也'

혼자 있을 때 자신을 삼가기란 정말 쉽지 않다. 조선 시대 계곡 장유라는 분은 '깊숙한 방 안, 아무 소리 없는 곳. 듣고 보는 이 없어도 신(神)이 너에게 임하고 있다. 나태함을 경계하고 사심을 품지 마라. 처음에 막지 못하면 하늘까지 넘실대리니. 하늘 아래 땅 위에 누가 나를 알겠냐고 말하지 마라. 누구를 속일 수 있겠는가. 사람이 되려는가, 짐승이 되려는가. 길 하려는가, 흉 하려는가. 깊숙한 방구석을 내 스승 삼아야지.'(신독잠) 라는 잠언을 지었고, 홀로 있음을 삼가는 어려움을 살펴 동방 예학의 태두인 사계 김장생의 아들 김집은 자신의 호를 신독재라 하여 평생 화두로 삼기도 했다.

마이카 시대에 차를 갖게 된 사람들은 너도 나도 달리는 응접실처럼 차를 꾸미는 것이 유행이었다. 다른 사람 차를 타게 되면 앞 뒤 차창의 레이스 장식이랑 너무나도 깨끗한 차 바닥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신발을 벗고 타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요즈음은 차 유리를 짙게 선팅을 하는 것이 유행인가 보다. 처음에는 옆과 뒤 차창을 선팅 처리하더니 이제는 앞 윈도우까지 짙게 선팅하여 상대 운전자의 표정은커녕 동작마저 안 보일 지경으로 외부 시선을 차단하고 다닌다.

밖의 시선을 막으려는 의도를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에 내재되어 있는 3평의 자기 영역 확보를 차에도 적용하려는 속내일 수 도 있을 것이다. 상대 운전자의 가혹한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엄폐하려는 의도의 표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 내부를 자기만의 공간 즉 홀로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면서 인간으로 삼가야 할 기본인 홀로 있는 때를 함부로 하고 있지는 않은지, 너무 편하게 여기다보니 자기만을 위한 공간의 확대로 공중도덕까지 자기 우선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길 위의 폭군이 나오고 보복 운전이 나오고 운전으로 인하여 길 위에서 멱살을 잡거나 난투극 등 볼상 사나운 꼴까지 나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해외 뉴스에서도 이따금 보복운전의 추태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보복운전은 성질 급하다고 널리 소문난 우리나라에서만의 일만은 아닌가 보다. 아무튼 교육자로서 우리나라 운전 행태를 이렇게 만든 책임을 일부 통감한다. 어렸을 때 통행 규칙뿐이 아니라 운전 예의까지 미리 잘 가르쳤으면 운전동방예의지국도 가능할 텐데. 우선 학교에서는 혼자 있을 때를 삼가는 법-신독을 먼저 가르쳐야겠다. 혼자 있음을 두려워 하거나 함부로 하여 망신을 하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혼자 잘 있으면 여럿이 있을 경우 더 잘 한다. 운전 공간도 혼자 있는 곳이므로 더욱 삼가고 조심하여야 한다. 홀로 운전할 때 자신을 삼가는 신독운전을 한다면 현대사회에서 군자로 처할 수 있을 터이고 더불어 거리도 환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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