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伴者論(함께 하는 친구)

2021.07.25 14:51:31

김병규

교육학박사

공군사관학교 체력단련장에서 친구들과 체력 단련을 할 때였다. 로컬룰에 의거해 마지막 9번 홀을 드라이버 대신에 우드로 티샷을 하는데 스윙을 하는 순간 따악 하는 금속 마찰음이 심상치 않다. 매트 고정용 금속 테두리 부근에 티를 꽂은 때문인지 금속판을 두드려 볼은 발로 차면 나갈 거리에 쪼루로 떨어졌는데 손에 익은 4번 우드가 화들짝 염려된다. 급히 바닥면과 모서리를 살펴 깨지거나 흠집이 났는지를 살피려니 심사도 산란하다. 교분이 그다지 깊지 않은 사람은 채에 문제없는지 근심스레 물어오는데 정작 제일 친한 친구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하더니…….'하며 낄낄거리고만 있다. 염려도 부족한데 좋은 말도 아닌 것을 두 번씩이나 낄낄대니 감춘 속마음이 보여 속이 뒤집힌다.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오래 사귀어야 인심이 보인다더니(路遠知馬力 日久見人心) 잘못 불렀다.

이참에 같이 함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골프에서 4명이 한 팀이 돼 같이 운동하는 사람을 동반자라고 한다. 동반은 문자 그대로 일을 하거나 길을 가는 따위의 행동을 함께 짝하는 사람이다. 워낙 예민한 운동이라 동반자 변인이 그날 스코어에 가장 크게 작용하므로 매너를 최우선으로 요구하며 가급적 실력이 비슷하거나 더 좋고 품성도 좋은 사람을 원하게 된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을 존중하며 배려함은 물론이요, 혹 민폐를 끼치거나 심기를 거슬리게 되면 다음부터는 그 사람과 같이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고 만다.

기피 동반자의 유형으로는, 초대를 받을 줄만 알며 라운딩 동안 내내 툴툴거리거나 동반자의 문제점을 시시콜콜 거론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자기중심적 동반자. 내내 힘든 기색으로 따라다녀 괜시리 불렀다고 후회하게 하는 나약한 동반자에, 내기 돈을 슬그머니 주머니에 넣고 가거나 매 샷마다 볼을 좋은 위치로 슬그머니 옮기는 비양심 동반자. 골프는 뒷전이요 대화에 올인 하는 것도 모자라 이런 데 와서 막걸리 한잔은 반드시 걸쳐야 한다 하고는 술 때문에 볼이 안 맞는다고 투덜대면 진상 동반자요, 실수하고 그린에 올라온 사람에게 '드라이버 잘 친 사람이나 못 친 사람이나 똑같이 보기네.' 라고 의뭉한 말을 하면 밉상 동반자다. 그래서 골프장에서는 컨시드 외에는 모두 구찌라.

뜻을 같이 하면 동지(同志)이고 일을 같이 하면 동무이다. 동무는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사용했던 말인데 동무가 병들면 구해주고 죽으면 장사까지 치러준다. 산적들도 산채가 불타는 후환이 두려워 감히 보부상은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탄탄한 결속력을 지니고 있었다. 동지와 동무에 더한 것이 동반(同伴)으로 여기에는 뜻이 맞고 일이 맞아 함께 하는 친구만큼이나 엄격한 잣대가 있다.

친구는 어짐과 덕성을 보완해 줄 수 있어야 한다(君子以文會友 以友輔仁). 그러므로 상대를 존중함이 우선이요 배려하는 태도는 응당 기본이다. 가급적 베푸는 마음으로 대하면 따스한 심성이 묻어나서 대하기 편하다. 나이에 걸맞게 행동하며 식견과 교양이 풍부해 5시간 동안 대화 나눈 보람을 느끼면 더 좋다.

동반의 기준에 부응 못하면 배웠건 못 배웠건 운동 중 싸움까지 할 정도로 본질 대신 가식만 남으니 본말이 주도된 꼴이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의 멋진 샷에는 진심으로 굿 샷이라 칭찬을 하고 실수가 나오는 문제점을 매의 눈으로 살핀 뒤 원포인트로 콕 짚어 주며 여유 시간에 옆 사람 집 나간 볼도 잘 찾아주고, 훌륭한 스코어를 내면 성실한 연습 결과라고 축하해 주는 따스한 마음이 보기 좋다.

어디 골프뿐이겠나. 인생의 동반자는 반려요, 도를 함께 닦으면 도반이며 같이 동반하면 친구가 된다. 덕 깊은 사람은 외롭지 않듯 주변을 감화시키는 동반자라면 훌륭하겠다. 우선 초대를 많이 받도록 지력 체력 실력 등 다방면에서 수양과 단련이 필요하니 훌륭한 동반자 되기가 이리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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