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먹고

2016.05.19 16:31:32

신현준

현대백화점 충청점 판매기획팀장

'새끼손가락 걸며 영원하자던 그대는 지금 어디에… (중략) 세월이 흘러가서 백발이 되어 버리고 얼굴엔 주름지어 내사랑 식어버려도 내 마음 보여줘 본 그때 그 사람….'

한창일 나이 32세에 요절한 김현식의 '추억만들기' 노래의 일부다. 사랑했던 사람을 추억하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노랫말이다. 바쁘고, 빠르며 서러울 만큼 경쟁이 치열한 요즘, 추억이 더 특별하고 귀하게 느껴지는 건 한두 사람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특히, 마음이 평온하고 더 큰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계절, 5월에는 더욱….

올해 5월 마케팅 전략을 짜면서 생각했던 테마는 전반부 '가족, 선물', 후반부 '슈퍼스타' 다. 그리고 그 두 가지 테마에서 공통점은'추억'이다. 5월에 추억이라…. 보통 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낙엽이 나부끼는 늦가을을 추억의 제때로 생각하지만, 가족중심의 우리 문화에서는 가족과 함께 나눈 추억이 끝까지 갈것이라는 가설과 예감으로 '추억'을 끄집어 낸 것이다.

그래서 전반부엔 5월에 생일을 맞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5월의 산타클로스'라는 이벤트를 만들어 고객을 초대했고, 추억의 가족 사진전 이벤트도 진행중이다. 또한 후반부에 '슈퍼스타'는 어린 시절 자신만의 슈퍼스타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희망과 환상을 가졌던 때가 누구나 있기에 슈퍼스타, 히어로를 키워드로 삼아 테마를 풀어 현재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특히, '추억의 가족 사진전'을 보면서.

4월에 공고를 냈다. '기억하시나요? 빛 바랜 사진 속 지금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그때 그 시절. 바쁜 일상 속 잊고 살았던 그 시절 꿈과 사랑, 추억을 꺼내보세요.'

30대 초반의 우리 팀 대리가 쓴 짧은 문구지만, 지금 다시 읽어봐도 지난 시절 아름다웠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 가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마음도 움직였나 보다. 50명이 넘은 분들이 사진에 사연을 담아 접수를 하셨고, 접수하는 직원에게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셨다. 깊고 아름다웠던 지난 시간들을 혹여 접수과정에서 놓칠까 봐. 그리고 그 모습은 평온한 미소와 함께였고, 주로 연세 드신 분들이었다. 직원들이 사진을 몇차례 보면서 주신 사연을 읽고 다듬었다. 평소 이벤트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주신 말씀들과 메모를 꼼꼼이 보고 제대로 정리했는지, 행여 부족하게 의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주신 정성과 받은 정성을 모아 5월 초부터 24일까지 갤러리 전시를 진행한다.빛바랜 사진을 고밀도 스캔을 한 후 사연과 함께 액자에 담은 '작품'들이 선보였는데, 갤러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는 마음이 설레였다. 수십년전 모르는 사람들의 추억이고 사연이지만, 이렇게 각박한 세상에 지난 날의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게 어찌나 감동적이었는지.

돌아가신 부모님의 젊은 시절부터 정말 빛 바랜 흑백사진 속 교복입은 학생들의 짖꿎은 장난, 힘들었던 일제강점기 시절 아름다운 가족사진이라도 남기겠다는 의미로 찍었던 어머니와 육남매의 가족사진, 한 껏폼을 잡은 젊은 때의멋쟁이 사진, 어릴 적 학예회에 나왔던 사진, 정이품송 소나무 앞에서 멋진 연인의 데이트 사진까지 그냥 봐도 감동적이고, 사진 속 사연을 읽으면 더욱 가슴 한 곳을 울리는 멋진 작품들이다.

사람은 기억의 동물이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그 소중한 추억의 양식을 나누고 싶다면, 우리 이웃의 아름다운 지난 인생들로 감동을 만나고 싶다면 조심스레 초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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