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삶의 양식이다 - 이준배 대표 자서전 '밥값 이름값'

"밥값은 살기 위한 몸무림, 이름값은 더 나은 삶의 가치 위한 노력"

2015.12.10 18:46:30

[충북일보] "몸을 돌려 산을 올려다보았다. '괜찮다 그쯤! 산이 제아무리 높다 해도 결국 하늘 아래다!' 한걸음 내디뎠다. 반드시 목적지에 '가야할 것이다. 가고 말 것이다.'라는 헛한 각오쯤은 출발 전 이미 내려놓았다. 각오만으로 되는 것은 없다. 현실에 충실한 자만이 고지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살아오면서 배웠다."

-이준배의 '밥값 이름값' 중에서

이준배의 책 '밥값 이름값'에 등장하는 히말라야 등반 소감이다. 이름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산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이준배 대표는 산에게 다시 말한다.

"무섭지? 네게 벌써 백 걸음도 더 다가섰다."

산은 움직일 수 없지만, 사람은 움직이며 생각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다.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산에 비하면 인간은 한 점 티끌과도 같지만, 때로 그 산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의지와 열정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준배의 책 '밥값 이름값'

이 책은 전국기능경기대회 출신의 기계설계 전문가 이준배 (주)제이비엘 대표의 자서전적 이야기다. 사실, 성공한 중소기업 CEO라면 갖가지 상이 따라 다니는 것이 사회적 관례처럼 되었다. 그런데 이준배 대표의 이야기가 특별한 것은 그가 고졸학력임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수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준배 대표는 전임강사를 포함한 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 교수진 79명 중 유일한 고졸 출신 겸임교수다.

이 책은 고졸학력으로 회사원 생활을 하는 과정, 회사를 운영하며 생긴 관계 및 우여곡절, 고졸학력으로 교수가 되는 과정 등이 그려진다. 꿈을 꾸는 청소년 시기부터 사업을 하며 부도 위기의 회사를 일으키는 과정, 직원 및 가족들과의 일화 등을 담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 기술로 미래를 바꾸고 싶은 청년 및 청소년, 기업인 등이 읽으면 좋을 것이다.

저자의 '밥값 이름값'은 못 살았던 부모들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덕분에 잘 살고 있는 자녀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책이다. 전자의 '밥값'은 저자에게 삶의 동기를, '이름값'은 의무와 책무를 주었다.

"과거 어른들은 '최소한 밥값은 하고 살라'고 하셨다. 부모들은 자식들을 굶기지 말아야 하는 책무가 있었다. 밥값이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면, 이름값은 더 나은 삶의 가치를 위해 보다 창조적인 가치다."

저자의 어린 시절은 가난하면서도 불행했다. 정상적인 궤도에서 이탈한 아버지의 삶은 온전히 가족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갈수록 늘어나는 빚의 무게를 피하기 위해 어머니는 성과 이름마저 바꿔야만 했다. 그런 환경에서 저자에게 대학이란 이상에 불과했다. 당장 밥값을 해야 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기술이었다.
"속에서 운다는 말을 너무 일찍 배워 버렸다. 겉으로 흐르는 눈물을 참아내는 방법도 쉽게 터득했다. 그것은 소년에서 청년이 되고 아이 아빠가 되어 살아가는 동안 내내 커다란 에너지로 가슴 깊은 곳에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돌아갔다."

인문고를 포기하고 기계 공고를 선택했다. 전화위복이었던가. 저자는 지난해 기계설계분야 최연소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됐다.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 국무총리표창·충청북도지사 표창장 등을 받기도 했다. 또한 얼마 전에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숙련기술인 홍보대사'로도 선임됐다. 대한민국 기술인으로 최고의 경지까지 올랐다.

"어려운 환경 탓에 늘 혼자서 결정하고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그 선택에 인내로 견디어 내야만 했다. 기능훈련 선수 시절, 정밀기계설계를 숙달하기 위해 1만8천 시간을 투자했다. 1년 365일 중 10일 제외한 355일은 매일 14시간씩 3년을 보냈다. 나중에는 기계설계의 달인이 되어 있었다."

캐나다 맥길대의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적인 전문가의 지위에 오르려면 적어도 1만 시간 정도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1만 시간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날마다 3시간씩 훈련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약 10년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저자는 3년 만에 10년의 두 배에 가까운 1만8천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책 제목처럼 처음에는 '밥값'하기 위해 숙련을 위한 투자를 했다면, 그 다음 단계인 '이름값'을 위해 숙련을 기반으로 새로운 혁신을 찾아 발상의 전환을 이뤘다는 것이다.

"숙련된 기술로 안정된 직장에서 10년 동안 누리고 익혔다. 그동안 '밥값'은 했으니 보다 큰 가치를 찾아 과감히 '이름값'을 위한 변화를 선택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소일삼아 한 일이 기계설계 서비스였다. 그런 일감을 맡으면서 의문이 들었다. '왜, 건축설계사무소는 있는데 기계설계사무소는 없는 것일까?'였다."

그 의문의 시작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렇게 기술서비스사업으로 세워진 회사가 (주)준텍이었다. 이어 다시 설계에서 완제품까지 만드는 연 매출 100억대의 신화를 이뤄낸 기업이 바로 (주)제이비엘이었다. 이후 2013년에는 '아이빌트세종(iBUILT SEJONG)'을 설립, 창조경제플랫폼 기업을 통해 아이디어 및 기술을 사업화하기 원하는 사람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 CEO가 이런 대규모 지원센터를 설립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이름값'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아이빌트 세종(iBUILT SEJONG)은 개인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곳이다. 누군가의 성공을 돕는다면 나도 함께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오는 18일 오후 7시에는 한국교원대 학생회관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학업을 중단하거나 진로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고졸학력으로 제도적 차별을 겪었으나 그것을 극복해낸 이준배 대표의 자서전적 이야기를 전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제 걸음보다 조금 늦은 걸음을 허락하며 절제하는 법을 배워갔다. 이후 한참 오른 산에서 아이들은 포기할 법도 했지만 동행이라는 위대함이 내려준 선물로 목적지에 안착했다.'

'밥값 이름값'속에 등장하는, 이준배 대표가 고등학교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 같이 히말라야를 등반했던 때의 상황이다. 제일 뒤처지는 아이의 보조에 맞추며 함께 산을 오르던 그때의 그 벅찼던 동행을 그는 잊지 못한다.

그리하여 그는 도움이 필요한 위기 청소년들의 고민을 듣고, 본인의 청소년 시절 어려움을 이겨낸 이야기를 나눈다. 책을 통해 나오는 수익금 전액을 위기 청소년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

나눔 콘서트는 이준배 대표와 유스투게더, 라포르짜 오페라단이 함께 협력하여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자리다. 지역사회 가치네트워크 구축이라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 윤기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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