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을 통해 바라본 교육

2014.12.02 14:20:15

김지선

음성 삼성중 교사

요즘 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인기가 나날이 치솟는다.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을 필두로, 배우 이성민, 강소라, 강하늘, 김대명, 변요한 등이 출연하여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종합상사 직원들의 애환을 실감나게 연기하고 있다. '미생'의 원작은 윤태호 작가가 인터넷 상에서 연재한 웹툰이었다. '미생'이란 제목은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을 때 쓰는 용어다. 또는 바둑돌의 삶과 죽음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의 묘수로 인해 죽을 수도 있는 말을 두고 '미생마'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완전히 죽은 돌을 뜻하는 사석(死石)과는 달리 '미생'은 완생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돌을 의미한다는 차이가 있다. 바둑에서 나오는 용어인 '미생'이 인기드라마 제목으로 회자되어 전국을 '미생 신드롬'으로 빠뜨렸다. '미생'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특히 주인공이자 극을 이끌어가는 윈 인터내셔널의 신입사원들은 신입의 단적인 면들을 보여준다. 얼마 전 장백기 외 3명의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미생 특별 기획이 이루어졌다. 실제 대기업 면접을 담당하는 면접관들에게 누구를 뽑을 것인지 물었던 것이다. 그 결과는 스펙종결자인 장백기보다 면접에서 본인의 가능성을 더 보여줄 수 있는 한석율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반면 고졸 출신으로 스펙이라곤 전무한 장그래는 사실상 면접을 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면접관들은 말했다.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캐릭터일 뿐이라고 말이다. 반면 입사후 1년 지난 업무평가에서는 그 결과가 달랐다. 만장일치로 장그래에게 최고점을 주었다. 관계자들은 현실성이 없는 장그래가 우여곡절끝에 입사했을 경우 가장 우수한 업무평가를 받는다고 하였다. 장그래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에 거기서 오는 안정적 성취도와 장백기처럼 자존심을 내세우는 타입도, 안영이처럼 개인주의도 아니라 팀워크도 무너뜨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 특집 기획을 보면서 우리 교육이 가진 씁쓸한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명문대 타이틀과 스펙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교육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교육은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사회(기업)는 이런 학교교육의 방향과 반대되는 다양한 스펙을 가진 인재상을 요구하고 있다. 학벌보다는 능력중심으로 변화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스펙을 쌓은 사람들 속에서 스펙 없이는 할 수 일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적으로 장그래라는 인물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7살에 바둑을 만나 10살에 한국기원 연구생 입문 후, 연구생 자격이 끝나는 18살까지 오로지 프로 입단을 위해 십대를 고스란히 바둑에 바쳤지만 최종 입단 실패와 함께 맨땅에 벌거숭이로 내던져졌다. 자신의 소질과 특기를 살려 진로를 선택하였지만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한 장그래. 우리는 그를 통해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진로교육의 문제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학교는 학생이 가지고 있는 소질과 특기를 바탕으로 잠재력과 가능성을 키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기업에서도 이윤추구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인재상에서 벗어나 학교교육과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 사회는 분리되어서는 안 되며, 만나지 못할 평행선을 그려서는 더더욱 안 된다. 우리는 하루 빨리 그 간격을 좁힐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여 장그래와 같이 교육과 사회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방인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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