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도 공부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어요. 두 아들과 새콤달콤한 딸기 키우며 사는 것이 제 꿈입니다."
청원군 가덕면 노동리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이원섭씨(57). 이씨는 귀농 20년차에 접어든 농사꾼으로 대한민국 스타팜(Star Farm)에 지정된 '베리원 딸기농장(1만4천850㎡) ' 대표다.
청원생명 딸기연구회 회장으로, 올해 연매출 3억원을 목표로 한 딸기농장의 어엿한 주인이지만 사실 그는 '농사'의 '농'자도 몰랐던 시절이 있었다.
귀농하기 전 청주에서 건축·토목사업을 하다 실패한 그는 3년이라는 시간동안 가장의 역할도 하지 못하는 방황의 시기가 있었다. 그런 그에게 아내 박달막(53)씨는 가장이 되어 말없이 그의 옆을 지켰다.
"사업실패 후 저는 낚시를 한답시고 열흘이건 보름이건 집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3년간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겁니다. 중학생이 된 아들 다리라도 편안하게 뻗어 잤으면 하는 생각에 가덕으로 오게 됐죠."
이씨는 귀농을 한 뒤 열무, 고추, 마늘을 닥치는대로 심어 육거리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에서 마늘과 고추가 수입되면서 비전이 없다고 판단, 딸기로 품목을 전환했다.
"딸기는 신선도가 생명이라 수입이 어려운 품목이라 선택했어요. 13년 전 남의 땅을 빌려 하우스 4동을 짓느라 빚도 3천만원 졌죠. 그런데 재배기술이 없다 보니 첫해에 고작 1천400만원밖에 수익을 올리지 못했어요. 눈앞이 캄캄했어요."
어렵게 시작한 딸기농사였지만 초보 농사꾼에게 현실은 냉담했다. 이씨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딸기 재배기술을 배우기 위해 청원군농업기술센터 문을 두드렸다. 당시만 해도 주작목이 아니었던 딸기는 재배에 대한 교육 또한 전무했다. 배우고자 하는 이씨의 열망에 센터는 논산의 한국딸기연구회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추천서를 써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 하루였지만 그날 김태일 박사의 강의와 교재는 저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날이었어요. 병충해 예방부터 수확기 관리요령까지 모두 제가 찾던 것들이었어요."
딸기 농사 4년 만에 그는 열등생에서 우등생이 됐다. 현재 딸기농사 13년차인 그는 하우스 18개동(육묘 7동 포함)에서 딸기를 재배, 수확하고 있다.
그의 농장은 고설식시설 양액재배 시범 농가로 땅에서 자라는 딸기보다 생산량이 40% 많고 수확이 빠른 것이 특징이다.
딸기는 11월 말에서 5월까지가 수확기로 요즘은 하루 평균 1.5㎏짜리 상자 100~150개의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이씨는 "지금은 일부 남의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지어 하우스가 각각 떨어져 있지만 언젠가는 대규모 딸기단지를 조성해 두 아들과 청원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딸기농장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세계화시대 농사꾼도 재배방법과 신기술을 배우기를 게을리한다면 도태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딸기농법 연구와 개발, 보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안순자기자 asj13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