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운‘ 개발활용...문화.관광공간마련해야

2007.05.28 06:54:51

전국에 구곡이 몇 군데나 있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충북에 22곳, 경북에 20여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충북일보 취재진은 전국 구곡 가운데 곡운 김수증이 설정한 강원도 화천의 곡운구곡, 화서 이항로가 경영한 경기도 양평의 벽계구곡을 답사했다. 이 중 곡운구곡은 화천군과 민간 차원에서 유토피아 문화·관광공간으로 개발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충북의 구곡 활용방안 차원에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 편집자주

▶강원 화천 곡운구곡(谷雲九曲)

구곡이란 게 그렇다.
자연 그대로의 계곡에 성리학자의 삶과 사상이 어우러진 공간.
또 문화란 게 그렇다.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는 활동의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이룩해 낸 물질적·정신적 산물이다.
구곡을 산수문화(山水文化)라고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은 아닐까.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의 곡운구곡. 산수와 문화가 상존하는 곳이다.
청주에서 쉬지 않고 차를 몰아도 세 시간은 족히 걸리는 38선 이북 땅. 전후세대지만 38선을 넘는다는 것에 왠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내면 용담1리와, 면소재지가 위치한 사창리에 들어서면 ‘곡운구곡의 고장 사내면’이라고 쓴 커다란 표석이 눈에 띈다. 화천문화원에 들렀다. 한상우 원장과 정종성 사무국장이 반갑게 맞았다.
곡운구곡에 대한 화천지역의 남다른 관심이 인상 깊다고 말을 꺼내자 한 원장과 정 국장은 곡운구곡 ‘애정 보따리’를 풀어 헤친다. 화천 주민들의 곡운구곡 사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면서.
정 국장은 “화천은 삼국의 접경지와 전쟁의 격전지로서 남아 있는 문화유적이 거의 없어 곡운구곡은 더 없이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곡운구곡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곡운구곡은 1980년대 초 유영준 당시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의 학술논문으로 주목을 받은 이후 1999년 초 1곡인 방화계의 바위에서 ‘傍花(방화)’란 음각 글자가 발견되면서 화천지역에서는 곡운구곡에 대한 학술적·교육적·관광산업적 접근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화천문화원은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곡운구곡 관련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학문적 연구와 함께 활용방안을 모색, 곡운구곡을 자연과 문화가 함께하는 문화유적관광지로 부각시켰다. 또 화천군은 오는 2010년까지 사업비 135억원을 들여 곡운구곡을 단순 관광시설이 아닌 교육·체험공간으로서 지역의 대표적 문화관광자원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화천군은 지난해 9월 3곡 신녀협(神女峽)에 청은대(淸隱臺)라는 정자를 지었고, 6곡 부근의 농수정사(籠水精舍) 복원, 곡운기념관 건립, 1곡부터 9곡까지의 경관 복원 등 곡운구곡 역사문화관광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화천군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옛 농수정사에 있는)군부대 이전과 토지 매입이 관건으로 현재 농수정사 복원을 설계용역중”이라고 말했다.
곡운연구회(회장 김광복)는 곡운구곡의 한겨울 정취를 느끼고 추억을 쌓도록 올 1월 8곡 융의연(隆義淵)에서 미니 산천어축제인 ‘한겨울의 작은 축제’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또 곡운연구회는 사내면유도회와 공동으로 지난해 12월 1회 김수증문화제를 개최했다.
화천에서는 학생과 교원, 공무원은 물론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주부들에게도 곡운구곡을 향토유적 탐방지로 소개하고 있다.
곡운구곡은 곡운 김수증(1624~1701
)의 은둔지였다.
3곡 신녀협. 이곳에 지은 청은대에 올라 신녀협을 내려다 보니 100평은 족히 넘을 너럭바위가 하얀 속살을 드러낸 채 누워 있다. 이어 계류를 따라 올라가면 군부대 정문 앞에 곡운구곡의 백미인 4곡 백운담(白雲潭)에 닿는다.
급류가 백운담 바위 사이 작은 폭포에 이르자 하얀 물보라를 일으킨다. 이 물보라는 이내 옥색으로 변해 흘러간다. 백운담의 깊은 소(沼)를 들여다보니 금세 빠져들 것 같아 섬뜩하기까지 하다.
누군가가 열심히 이곳 풍광을 카메라 앵글에 담고 있다. 동·식물 등 생태계 사진을 주로 찍는다는 ‘들꽃세상’의 김종기씨.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각종 동·식물은 물론 문화유적을 담은 수많은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곡운구곡 계류를 따라 일제가 개설한 56번 국도가 지나고 있다. 곡운구곡은 이 같은 도로 개설과 수해복구사업으로 상당 부분 자연미가 훼손됐지만, 화천군에서 화가 조세걸(1635~1705)이 그린 실경산수화 곡운구곡도(谷雲九曲圖·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등의 고증을 통해 복원사업에 나서고 있다. 옛 인걸은 간 데 없어도 산천은 의구(依舊)한가 보다.
▶경기 양평 벽계구곡(蘗溪九曲)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노문리와 수입리 일대에 걸쳐 있는 벽계구곡.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계곡과 주변 산림이 빚어낸 수려한 경관 때문인지 벽계구곡 찾아가는 길 주변 숲 속엔 많은 펜션이 들어앉아 있다.
벽계구곡은 화서 이항로(1792~1868)의 학문과 사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서종면 노문리에는 화서의 생가와 묘소, 사당(노산사), 벽계강당, 화서기념관 등이 있다. 생가 옆 화서기념관에 들르니 충북 청원군 오창이 고향이라는 언론인 출신 이래억 관장이 반가이 맞으며 화서 유적을 소개했다. 이어 지난 2004년 3월 인근 정배리에서 이곳으로 이장 당시 미라 형태의 화서 시신을 136년 동안 보관해 온 목관을 안내하기도 했다.
취재진이 벽계구곡의 위치를 묻자 이 관장은 “벽계구곡의 아홉 개 곡을 혼자 찾기는 쉽지 않다”고 염려했다.
벽계구곡의 중심은 화서 생가 앞 벽계천에서 계류를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흰 바위에 예서체로 음각된 6곡 분설담(噴雪潭)이다. 선녀의 비단 치마처럼 푸른 물줄기가 이곳의 바위 사이를 지나면서 부딪힌 물보라가 하얀 눈을 토해내는 듯하다. 그 아래에선 중장년층 몇 사람이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이느라 여념이 없다.
서울과 가까이 위치해서인가. 벽계구곡 주변에 별장 같은 주택이 적잖고, 일부 구간엔 콘크리트 방벽을 해놔 경관을 해치는 게 못내 아쉽다.
/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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