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 설 앞둔 조치원 전통시장

80년 전통…입소문에 원거리 고객도 많아
오송단지·세종시 등 신도시 건설에 기대감

2011.01.31 18:35:52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구제역만 아니었으면 올해 설 대목엔 재미 좀 봤을 텐데…" 최근 조치원재래시장 상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지난 24일 오후 조치원 재래시장(가운데 통로는 5일장) 전경.

ⓒ최준호 기자
일제 때인 1931년 5일장으로 시작된 조치원재래시장은 경부-충북선 철도가 갈라지는 조치원역앞에 자리잡고 있는 지리적 잇점으로 인해 아직도 충청지역의 대표적 재래시장으로 꼽힌다.

하루 평균 평일 500여명,주말이면 1천여명의 손님이 연기·청원군을 중심으로 하는 인근 지역에서 몰려든다. 최근에는 5일장(끝자리 4·9일)이 열리는 날이면 대전·청주·천안 등에서 시골 장터의 정취를 즐기기 위해 기차를 타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수십 명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 24일 오후 5시께 조치원시장 주출입구 통로. 리어카에 노르웨이산 고등어 50여손(100여마리)을 펼쳐 놓고 있던 권모씨(70·청주시 분평동)는 추운 날씨에다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서인지 주름진 구릿빛 얼굴이 더욱 쓸쓸해 보였다. 푸른색 등이 선명한 고등어 2손(4마리)을 1만원에 산 기자가 물었다. "설 명절 전인데 손님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네요?" 그러자 권씨의 대답. "그놈의 구제역 때문지요. 방송에서 하도 떠들어 대니까,모든 5일장이 안 열리는 줄 알고 장에 안 나오는 손님이 많아요." 권씨는 70년대에 독일에 광부로 일하러 갔다가 6년간 머물다 귀국했다고 했다. 한국에서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해 청주 인근 5일장을 떠돌며 생선행상을 한 지 20여년. 하지만 장사는 그런대로 짭짤해 두 아들을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켰다. "구제역이 사라지지 않으니 걱정이네요. 설 쇠고 나면 조치원 5일장을 폐쇄한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어요. 자식들이 아직 미혼이라 돈을 보태줘야 할 일이 많은 데…"

조치원시장 입구에서 매장 면적 132㎡(40평) 규모의 남녀 기성복 점포를 11년째 운영 중인 박찬원씨(46·조치원시장상인회 부회장)는 최근 지방 소도시까지 물밀듯 들어오고 있는 대형마켓이나 SSM(기업형수퍼)을 걱정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래시장을 열심히 지원하고,상인들도 스스로 노력하지만 거대 자본 앞에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조치원5일장 입구에 내걸린 구제역 관련 플래카드.

ⓒ최준호 기자
"구제역 같은 전염병과 무관하게 1년 내내 밤 늦게까지 문을 열고,요즘같은 혹한에도 따뜻한 실내에서 쇼핑할 수 있는 대형마트를 싫어할 손님이 얼마나 될까요." 박씨가 기자에게 물었다.

다행이 조치원 재래시장은 앞날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연기군이 18억원을 들여 2009년 10월 착공한 시장 환경개선사업이 지난해 10월 끝나면서 아케이드,상·하수도,도시가스,통행로,간판 등이 말끔히 정비됐다. 시장 인근 옛 조치원경찰서 부지에는 110억원을 들여 지상 3층,건축 연면적 6천㎡(1천818평) 규모의 대형 주차장을 올 상반기에 착공한다.

시장의 전망을 가장 밝게 해 주는 것은 인근에 오송·세종과 같은 새 도시가 들어선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조치원시장 전체 손님의 10% 정도를 오송 사람들이 차지한다고 한다. 시장에서 오송까지의 거리는 3km밖에 안 된다. 오송생명과학단지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질병관리본부 등 서울에 있던 6대 국책기관이 지난해 말 이전하면서 새로 입주한 아파트만 3천600여가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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