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경찰청에서 실행하고 있는 점멸신호등 운영이 오히려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통체계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점멸신호체계는 밤이나 새벽 등 차량통행량이 적은 시간대에 운영된다. 이에 따라 차량 신호등은 황색등이나 적색등으로 깜박이고, 보행자 신호등은 꺼지게 된다.
이 같은 점멸신호등은 청주지역에만 403곳이 있으며, 이중 102곳은 24시간 점멸신호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충북경찰은 점멸신호등 운영으로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이달 1일 전국 최초로 보은지역의 신호등 34곳을 모두 24시간 점멸신호체계로 변경·운영하는 등 이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도내 564곳의 신호등을 점멸신호로 바꾼 결과, 교통사고는 전년 같은 기간의 124건에서 105건으로 19건(15.4%)이, 부상자는 153명에서 133명으로 20명(13%)이 각각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이 이 같은 경찰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점멸신호등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줄었다는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을뿐더러 사고를 줄이기 위해 설치해놓은 신호등을 꺼놓는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점멸신호 전면 실시에 나선 보은지역에서 사고가 속출한 것이다.
지난 2일과 4일 보은읍 신이평교 앞 교차로와 탄부면 탄부4거리에서 각각 사고가 발생, 모두 6명이 다치는 등 교차로 교통사고가 잇따르더니 급기야 지난 7일 오토바이 운전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지난해 11월9일 이후 239일간 이어지던 보은경찰서 관내 교통사고 무사망 기록이 중단됐다.
점멸신호등 운영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본보는 청주지역 일부 고등학교 앞 신호등이 밤마다 꺼져 학생들의 귀가길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충북경찰은 곧바로 해당 지역의 신호등을 원상 복구했다.
점멸신호등을 운영하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시민 안모(54)씨는 "신호등을 설치했으면 정상적으로 가동해야지 왜 깜빡거리게 해놔 헷갈리게 만느냐"며 "사고를 예방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사고를 만드는 정책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 강현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