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6·25전쟁이 발발한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휴전이 된 지도 57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는 현재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당시의 비극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 충북 영동 노근리에서 벌어졌다.
피난길에 올랐던 영동군 주민들이 황간면 쌍굴다리 밑에서 미군들에 의해 무참히 학살된 참혹한 비극…. '노근리 사건'의 처참한 실상을 다룬 영화 '작은 연못'을 통해 슬픈 역사의 진실을 파헤쳐 본다.
충북 영동군이 민족문화 유산 및 문화재 원형 보존을 위해 보수·정비사업을 추진 할 계획인 가운데 한국전쟁 초기 미군에 의해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노근리 쌍굴다리(국가지정 등록문화재 제59호)에 총탄 흔적이 선명히 남아있다.
△6·25전쟁의 숨겨진 악몽
1950년 7월, 한국전쟁 당시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피난민 속에 민간인으로 위장한 적군이 침투하고 있다는 미확인 정보가 입수되자 극도의 혼란에 빠진 미군은 저지선으로 접근하는 피난민을 모두 사살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미군은 무차별한 공중폭격과 기관총 사격을 가해 민간인 300여명을 학살했다. 이는 베트남 밀라이 사건과 더불어 20세기 최대 규모의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남았다.
△노근리 사건의 진실
1950년 7월, 전쟁초기 북한군에게 밀린 미군은 전선을 후퇴시켜 대전에서 부산으로 가는 유일한 길목인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일대에 저지선을 구축하게 된다. 노근리 주변 마을인 주곡리, 임계리에는 미군에 의해 소개령이 내려지고 500여명의 주민들은 미군의 강압적인 인솔하에 피난길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미군은 피난민 틈에 민간인으로 위장한 적군이 침투했다는 미확인 정보를 확신해 피난민들의 저지선 통과를 저지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남쪽으로 무작정 내려가던 피난민들을 향해 비행기 폭격을 감행한다. 미군의 저지선이 후퇴하기 전,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3박 4일 동안 폭격에 살아남은 300여명의 생존자들은 기차길 밑 쌍굴 다리에 갇힌 채 제1기병사단 7기병연대 2대대 병력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300여명에 달했던 쌍굴 다리 안의 피난민들 중 최후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25명. 이들은 시체를 방패삼고 핏물로 갈증을 달래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유일한 사람들이다.
△사건의 폭로
이후 생존자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의 끊임없는 진상규명 요구에도 50년간 부정되었던 이 사건은 1999년, AP통신 기자들을 통해 진상이 밝혀졌다. 그들은 비밀 해제된 미(美) 군사문건을 검토, 사건 발생 당시의 미군 이동경로와 현장에 주둔했던 미군부대를 찾아내고 당시 가해자인 미군과 피해자인 한국의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잊혀졌던 사건의 궤적을 맞춰내는 등 수년간의 노력을 통해 '노근리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 이 보도는 2000년 퓰리처상 보도부문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켰고 AP통신의 보도 이후 2002년, 영국의 BBC 방송은 다큐멘터리 'Kill'em All'을 제작해 '노근리 사건'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알렸다. 이후 '노근리 사건'은 한국전 당시 미군에 의해 벌어진 60여건의 민간인 학살 중 진상이 밝혀진 유일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전쟁이 생중계되는 세상입니다. 스커드 미사일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비주얼은 전쟁의 참혹한 비극을 외면하게 만듭니다. 영화 '작은 연못'은 전쟁을 게임으로 그려내지 않습니다. 대신 이유도 모른 채 부모와 형제를 잃고, 팔 다리를 잃어야 했던 사람들이 목격한 사실에 집중할 따름입니다. 지금까지 어떤 전쟁 영화도, 어떤 전쟁 다큐멘터리도, 어떤 전쟁 뉴스도 외면해 온 전쟁의 진짜 얼굴을 거짓 없이 증언할 생각입니다. 말하자면 '작은 연못'은 세계 영화사상 가장 처절한 전쟁영화가 될 것이고, 60여년 전 노근리 주민들이 겪었던 3박4일의 이야기는 오늘의 거울이 될 것입니다. 스크린을 통해 왜곡된 전쟁의 참상을 객관적이고 따뜻한 감성으로 보듬어 인류의 기본 명제이자 숙제인 평화와 인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킬 것입니다"
△ 이상우 감독 프로필
1951년생으로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화제의 연극 '비언소' '늘근 도둑 이야기' 등 사회 비판 의식이 투철한 연극을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한국의 대표적 연극연출가. 영화 '칠수와 만수' '세상밖으로' '죽이는 이야기'의 시나리오를 작업했고 영화 '작은 연못'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현 극단 차이무 예술감독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