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 눈폭탄에 인삼밭 '쑥대밭'

"주저앉은 심장… 가슴도 무너져"

2010.03.11 14:43:58

장태원씨의 인삼밭이 지난 9일과 10일 기습적으로 내린 폭설로 쑥대 밭이 되면서 하얀 눈 밭으로 변해 있다.

"지극 정성으로 자식 키우 듯 정성을 들여 길러 온 인삼 밭이 쑥대밭으로 변해, 한숨만 저절로 나옵니다."

이런 저런 고민 속에 밤잠을 설치며, 하늘만 원망하고 있다는 장태원(62.증평군 증평읍 용강리)씨는 지난 10일 저녁 기습적인 폭설로 인한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인삼밭을 둘러보고, 아연 실색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인삼포 어느 한칸 성하지 않은 채 밭 전체가 눈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폭삭 주저 앉았으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장 씨는 답답한 마음을 추스리고 무너진 삼 장을 세워보려고 인감힘을 써보았다.

하지만 삼장은 장 씨의 애타는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움짝 달싹하지 않아 "어떡해야 하나"라는 장탄식만 연발하게 했다.

그가 재배하고 있는 인삼은 3년근 인삼 5천여㎡로 지난 9~10일 쏟아진 폭설로 삼장(햇볕과 눈비를 가리는 시설) 대부분이 무너져내리면서 인삼 밭이 아예 눈밭으로 변해 버렸다.

이 지역에는 지난 2004년 3월 30여㎝의 눈이 내린 이후 최대인 14㎝의 눈이 쏟아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눈은 9일 내린 비와 함께 비교적 습기가 많이 포함 된 눈이 쏟아지면서 삼장 대부분이 눈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채 무너져내렸으며, 인삼 뇌두와 잎이 나오는 이달 25일께까지는 완전히 복구돼야만 습해 등으로부터 인삼을 지킬 수 있다.

40여년간 농사를 지어온 장 씨는 지난 2004년에도 5천여㎡에 인삼을 심었다가 폭설 피해를 입었지만, 당시에는 증평군과 인근 군부대 병력 동원 등으로 발빠르게 복구해 피해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장 씨가 사는 마을도 젊은이들은 모두 직장을 얻거나 행정기관에서 추진하는 공공근로사업 등에 참여하면서, 남아있는 주민들이 노인들 뿐으로 일손과 자재구입이 쉽지 않아, 가뜩이나 곤경에 처해 있는 장 씨의 가슴을 새까맣게 타들어 가게 하고 있다.

장태원씨가 그동안 자식같이 키워 온 인삼의 피해 상황을 보기 위해 폭삭 내려 앉은 삼장 속을 비집어 보고 있다.

장 씨는 "무너진 삼장을 복구하려면 현재 설치돼 있는 삼장 전체를 모두 철거한 뒤 눈을 치우고 일일이 다시 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이다."며 "수천만원의 비용도 문제지만 인력과 자재가 제 때 충당될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 된다"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그는 또 "이번 눈 피해는 땅이 얼어 있는 상태에서 발생했다면 피해도 줄었을 뿐만아니라 작업도 용이해 보다 빠른 복구가 진행 될 수 있었을 터인데, 봄철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얼었던 땅이 녹은데다 습기가 많은 눈으로 피해가 더욱 컸던것 같다"며, "피해 복구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남쪽지방에서 인삼을 경작하는 방식이 여름에는 삼장을 씌우고 겨울에는 걷어 놓는 방식의 재배기술을 하루 속히 도입, 겨울철 폭설로 인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삼농가를 위한 다양한 재배기술 전수도 중요하지만 겨울철 눈 피해 예방을 위한 다각적인 연구를 관계기관에서 해주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피해를 본 인삼 농가는 장 씨 뿐이 아니다.

증평군을 비롯해 괴산군 등지에서도 지난 10일 오후부터 상당수 인삼 농가들이 이번 폭설로 피해를 보았다는 신고가 해당 각 읍·면을 통해 속속 접수 되고 있다.

증평군 관계자는 "이번 폭설 피해로 관내 인삼밭 약 30∼40%가 피해를 당한 것으로 잠정 집게 되고 있다."며 "계속해서 피해 신고가 접수 되고 있어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읍.면을 통해 인삼 밭과 다른 농작물 피해를 상세하게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며 "피해 농민의 신고와 현지확인 등을 거쳐 최종 집계가 끝나는대로 충북도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보상 여부를 결정할 게획이지만 확정여부 결정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평 / 조항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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