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아이를 살리고 싶으면…"

보이스피싱 수법 지능화… 자녀납치 사기 많아

2009.09.15 18:29:20

"딸을 납치했으니 현금 3천만원을 준비해. 입금될 때까지 전화 끊지 말고, 옆에서 사람 목소리 들리면 당신 딸은 죽어."

얼마 전 A(여·58·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씨는 집에서 낯선 목소리의 남자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딸을 납치했다는 남자 목소리에 이어 "엄마 살려줘"라며 겁에 질린 채 울며 애원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A씨는 순간 친구 결혼식 참석을 위해 집을 나선 딸(25)의 얼굴이 떠올랐다.

남성은 "현금 2천만원을 준비해라. 알려주는 계좌로 돈이 입금될 때까지 전화통화는 계속해야 한다"고 협박했다.

A씨는 마침 남편이 집에 들어오자 메모로 상황을 설명했다.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임을 알아차린 남편은 경찰에 신고했다.

잠시 후 경찰에서 "딸이 무사히 예식장에 있으니 속지 마라"는 연락을 받은 덕에 다행히 피해를 면하게 됐다.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개인신상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사기범들은 정교한 범죄 시나리오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에서는 지난해 519건의 전화금융사기가 발생했으며, 피해액도 45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 말까지 245건(피해액 22억원)이 발생했다.

피해유형은 다양하지만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피해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자녀 납치를 빙자해 거액의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다.

사기범들은 우선 자녀의 휴대전화 번호와 집 전화번호를 파악한 뒤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 욕을 하는 등 귀찮게 하면서 전화기의 전원을 끄게 한다.

이후 집으로 전화해 자녀를 납치했다며 돈을 요구한다. 가족들을 완벽히 속이기 위해 다른 이의 울음소리를 들려주면서 공포감을 주기도 한다.

또 국민연금관리공단·건강보험공단·국세청 직원으로 속이는 경우 연금과 보험금, 세금을 환급해 준다면서 금융기관 현금지급기로 이동을 요구한다. 현금카드나 신용카드를 넣고 전화로 불러주는 해당 기관의 인증 코드를 입력하라고 속여 계좌 이체하도록 하는 수법을 쓴다.

또 검찰·검찰 등 직원을 사칭해 '당신 명의로 된 통장 계좌가 대형 사기사건에 연루돼 예금을 보호해야 한다'고 속여 현금지급기를 통해 예금보호 설정번호를 누르게 해 계좌 이체하도록 한다.

공공기관을 사칭한 전화의 경우 상대방 전화번호와 이름을 물어보면 사기범은 대부분 전화를 끊어버린다.

특히 발신자번호 표시가 없거나 처음 보는 국제전화번호는 일단 의심하고 녹음된 목소리로 시작하는 전화는 전화금융사기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끊어야 한다.

납치 사칭 사기의 경우 당황하지 말고 우선 통화할 수 있는 전화기를 확보하고 나서 신속하게 경찰에 신고한다. 또 자녀의 소재를 파악해 안전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사기범들은 대부분 급박감이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수법을 이용하는데 이에 말려들지 말고 차분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눌한 말투로 현금지급기로 유인하는 경우는 거의 보이스 피싱"이라며 "예방을 위해선 곧바로 전화를 끊거나 해당 공공기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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