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자판기 위생상태

2009.08.10 18:54:07

30여년 전부터 서민들의 생활과 인연을 맺어온 자동판매기는 이제 생활필수품의 하나로 자리매김해 있다.

예전에는 손님을 만나려면 다방이나 커피㉺에서 만나는 것을 예의로 알고 있었으나 이제는 웬만하면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며 편안히 대화를 나누곤 한다.

어느 곳에 가도 자판기는 눈에 쉽게 띄고 있으며 사무실에서도 예전의 물을 끓여 타주던 커피를 보기는 어려워지고 소형 자판기에서 1분이면 커피가 만들어져 나온다.

이처럼 자판기는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많은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이렇게 시민들로부터 애용되는 자판기의 위생상태는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으나 시작부터 실망이었다.

"현재 자판기와 관련된 신고는 영업신고이기 때문에 영업을 하지 않으면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관련 공무원의 답변에 이어 "자판기가 너무 많아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자판기는 지도점검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말은 아예 '영업신고만 안하면 지도점검을 받지 않으니까 웬만하면 영업신고를 하지 말라'는 말로 들렸다.

더욱이 식당에 설치된 무료 자판기의 경우 많은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음에도 돈을 받고 커피나 국산차를 파는 것이 아니어서 영업신고를 해야 할 의무도, 지도점검을 받아야 하는 의무도 없다는 사실은 그동안 공짜라고 좋아하면서 마셨던 커피의 위생상태를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기가 막혔다.

충북도에 의뢰해 각 시군으로부터 받은 지난 3년간의 지도점검결과에는 지도점검 결과 모두 적합 판정을 받은 지자체가 3군데나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확인취재를 시작하자 해당 지자체 관계자들은 모두 "읍·면에서 지도점검을 실시한 것"이라고 답변해 신빙성을 떨어뜨렸다.

또 미신고영업행위에 대한 지도점검 내역이 있었지만 도내 전체를 통틀어 지난 3년간 단 한곳의 자판기도 적발된 곳이 없어 이에 대한 단속이 전무했음을 가늠케 했다.

물론 위생관련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지나칠 정도로 많은 업무량으로 인해 힘들어 하고 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시·군 담당자와 읍·면·동 담당자가 계획을 세워 함께 지도점검에 나선다면 어느 정도라도 지도점검을 제대로 벌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청주시민들이 가장 잘 가는 곳 중 하나인 청주예술의전당 자판기의 경우 위생교육필증은 지난해 받은 것이고 점검일시는 '금일'로 기록돼 있어 형식적임을 금방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모 대형할인매장의 자판기에도 위생교육을 2007년에 받은 것을 게시하고 있지만 몇 년마다 위생교육을 받아야 하는지를 모르는 시민들은 그저 게시된 것만 믿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음식을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기 보다는 내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대충대충'식의 위생관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믿을 수 있는 자판기 위생관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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