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더욱 뜨겁게 사는 사람들 - 청주서부 소방서 119구조대

"여름엔 몸 열개라도 모자라"

2009.07.27 19:03:49

"주택화재 발생. 요구조자 2명. 복대센터, 서부구조대 출동."

화재발생을 알리는 구내방송이 천장에 매달린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진다. 60대 노부부가 화재현장에 갇혀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도 흘러나온다.

사무실에 있던 119구조대원들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장비를 갖춰 구조대 차량에 탑승한다.

이동 중에 현장 상황을 확인한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1동 한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건물 전체가 연기로 꽉 차있다. 더구나 노인 2명이 3층에 갇혀 있는 상태로, 호흡을 위해 베란다에 얼굴만 내밀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박종근(45) 구조대장을 비롯한 5명의 대원들이 조를 나눈다. 내부에 진입한 대원 2명이 노부부에게 예비호흡기를 달아준다. 미리 대원들이 베란다에 설치해 놓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다. 5분 만에 노부부를 구조하는데 성공했다. 대원들에게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청주서부소방서 119구조대 구조3팀의 일과 중 한 장면이다.

청주서부소방서 119구조대 구조3팀. 왼쪽부터 김인상 대원, 박종근 구조대장, 박인규 대원, 김상모 부구조대장, 이안희 대원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태훈 기자
119구조대가 유달리 힘겨운 여름을 보내느라 파김치가 되고 있다.

언제나 안고 사는 뜨거운 불이지만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철 화재는 고약스럽기만 하다. 그늘 한 뼘 찾기 힘든 뙤약볕이 내리쬐지만 물에 빠진 시민을 구조할 때는 더위조차 느끼지 못한다.

"화재현장 인명구조, 물놀이 사고에 출동하는데만 몸이 10개라도 부족해요. 여기에다 벌집퇴치, 뱀 포획, 동물구조 등까지 포함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119구조대 김상모(43) 부대장의 말이다.

인명구조만이 구조대의 업무가 아니다. 여름철 집중적으로 요구되는 벌집퇴치도 119구조대의 일이다.

주택의 처마 밑이나 인접한 창고 등에 집을 지은 말벌들을 퇴치하기 위해선 해충복을 착용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흐르는 여름 날씨에 해충복까지 입으면 그야말로 땀범벅이다.

동물구조도 119구조대의 몫. 고라니 등의 동물이 밀렵꾼들이 설치한 그물에 걸렸다 하면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구조에 나선다.

"남들처럼 7∼8월에 휴가를 간다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 일뿐이죠. 그래서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해요. 하지만 원망은 하지 않아요. 우리는 '119구조대'거든요."

구조대원들은 여름휴가를 못가는 게 아니다. 단지 안 가는 것 뿐이다. 대원 1명이 구조 활동에서 차지하는 공백이 매우 크다는 점을 그들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가끔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 구조대원을 그만두고 싶을 만큼의 육체적 고통으로 가슴에 달린 구조대 마크를 떼고 싶다.

하지만 잠시 뿐이다. '119구조대원'이라는 자긍심이 그들을 목숨 건 구조 현장으로 달려가게 하는 원천력이기 때문이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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