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더욱 뜨겁게 사는 사람들 - 청주시 재난관리과

2009.07.20 00:15:47

편집자 주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직장인들에게 여름 휴가는 사막의 오아시스보다 더 달콤하다. 자녀들과 지도를 펼쳐들고 피서 장소를 정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머릿속이 시원해진다.
하지만 여름 휴가철에 더욱 생활의 고삐를 조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보는 휴가도 잊은 채 여름 불볕더위에 맞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이들의 삶을 7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청주시 재난관리과 직원들이 장마철을 맞아 시민들의 안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태훈 기자
상황실에서 밤을 새운지 벌써 6일째다. 온 몸에 피로가 엄습해온다. 지난 9일부턴 시작된 장마는 아직 그칠 생각을 안 한다. 가족 생각도 나지만 그보다 시민의 안전이 우선이다. 지난 13일부터 잠잠해지는가 싶던 장맛비가 14일 늦은 오후 또 다시 심술을 부렸다.

같은 시각 청주시 재난관리과 상황실에 근무하던 직원들의 손길이 쏟아지는 폭우에 덩달아 분주해진다.

기상영상과 기상청 예보를 분석한 천승필(56) 과장은 무심천 하상주차장 차량이동 조치를 내렸다.

그리고 얼마 뒤 오후 10시30분, 청주지역에 시간당 강수량 36.5㎜의 폭우가 쏟아졌다. 상황실에는 월오동 목련공원 인근 비탈면이 유실됐다는 보고 전화가 울렸다.

상황을 접수한 천 과장은 흥덕구에 현장복구 지시를 내렸고, 흥덕구 현장기동반 요원들이 폭우가 쏟아지는 현장으로 달려가 유실토사 복구작업을 펼쳤다.

올해 청주지역 시간당 강수량 최고치를 기록한 이날, 청주시 재난관리과 직원들의 즉각적인 현장대응으로 더 이상의 피해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채효석(53) 계장은 "폭우가 쏟아질 때 즉각적으로 현장 조치를 하지 않으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장마철에 비바람을 맞으면서 일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7월 초순부터 8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장마, 태풍으로 매일 비상근무를 서야 하는 청주시 재난관리과 직원들에게 여름휴가는 꿈만 같은 얘기다. 휴가는커녕 가족 얼굴보기도 힘들 정도다. 3년 넘게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바닷가 한번 못 놀러간 염동수(42) 씨는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염 씨는 "고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는 딸래미야 그렇다 쳐도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추억거리 하나 선물하지 못해 늘 미안하다"며 "아들이 커서 아빠가 하는 일을 이해해주길 바랄 뿐"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일본인 아내 마츠나가 마쓰미(33) 사이에 10개월 된 아들 윤오를 두고 있는 표순철(33)씨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일주일 만에 안아본 아들이 자신을 못 알아보고 울음을 터트린 것. 표 씨는 "얼마나 아빠 얼굴을 자주 못 봤으면 이럴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며 "나중에 아들이 크면 두 배로 잘 챙겨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난관리과 직원들은 남들 휴가가 모두 끝난 8월 말이나 9월에 휴가를 간다고 한다. 모처럼의 휴가지만 여름철 비상근무로 심신이 지친 이들은 휴가 내내 집에서 잠만 자기 일쑤라고 한다.

천 과장은 "재난관리과 직원들은 여름철 휴가도 잊은 채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매일 불철주야 땀을 흘리고 있다"며 "휴가야 시민들이 무사히 여름을 난 뒤 가을에 가도 상관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 임장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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