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 - 첫봄

2025.01.30 16:15:26

첫봄
     김선희



눈을 튼 고구마를 유리그릇에 올렸다

옆으로 누운 고구마는
온몸으로 초산의 고통을 참아낸다

짙은 자색 잎들이 오밀조밀 올라오더니
하트를 펼치며
넝쿨째 사랑받기를 원한다고
줄지어 내려온다

아침에 마실 온 햇살은
다복한 가족이라고
함박웃음으로 수다를 떨다가 다녀간다

사랑 타령으로 시끌벅적한 고구마 집에
화분의 사랑초도 세를 늘리고
베란다에는 봄볕이 가득하다

어미 살로 키운 잎들은
날로 푸르러지고
물만 삼킨 어미는 날로 몸집이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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