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김정희·양태근·이후창 조각가… 4인 4색 특색을 빚다

3월 2일까지 네오아트센터 기획전 '조각이 조각되어'
참여 작가 4명 개성 드러냄과 동시에 공통점으로 연

2025.01.13 15:17:16

[충북일보] 인기 TV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모든 조명작품을 제작한 이후창 조각가부터 전통한지를 사용해 순수하고 포근한 부조를 선보이는 김영란 조각가, 인간과 자연 공존의 법칙을 조형언어로 빚어내는 양태근 조각가, 철사로 만든 인물 조각 시리즈로 잘 알려진 김정희 조각가까지 국내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청주에서 오롯이 즐길 수 있다.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있는 네오아트센터(청주시 상당구 수암로 37)는 오는 15일부터 N1~N4관에서 신년 기획 초대전 '조각(助各)이 조각(彫刻)되어'를 연다.

전시명인 '조각(助各)이 조각(彫刻)되어'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해 온 네 명의 조각가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원래 조각(彫刻)은 새길 조, 새길 각의 한자를 사용하지만 도울 조(助), 각자 각(各)의 한자로 구성된 또다른 단어를 통해 각 작가들의 헌신과 개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들의 공통점인 '조각(彫刻)'으로 연결된다는 뜻을 함께 담았다.

한국조각가협회 임원인 참여 작가 4명은 오랜기간 협회를 성심성의껏 이끌어왔다. 은퇴를 앞둔 이들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한 공간에서 각자의 개인전을 따로 또 같이 꾸미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했다는 뜻의 '조각(助各)'이 참여 작가들의 자랑과 공통점인 '조각(彫刻)'으로 이어진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는 김영란, 김정희, 양태근, 이후창 네 작가들의 개인전을 네 개의 전시장에서 선보인다.

이후창, Touch of Light 빛의 촉감, Glass, Stainless Steel, LED, 가변설치, 2024.

◇1관: 이후창 'Protective Coloring(보호색)'

이후창 조각가가 작품을 펼쳐보이는 1관은 'Protective Coloring(보호색)'을 주제로 한다.

이 조각가는 유리와 금속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1년 11회 하정웅미술상, 2017년 서울국제조각페스타 최고인기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아이유 주연의 TV드라마 '호텔델루나'의 월령수 공간과 호텔의 모든 조명작품을 제작했고, 2016년 SBS '달의연인-보보경심려'에서는 가면디자인 제작 총괄을 담당하는 등 순수미술을 넘어 영화, 드라마 등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는 아트디렉터이자 미술감독이기도 하다.

특히 이 조각가는 유리의 물성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작가로 정평나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뽐낼 예정이다. 카멜레온의 보호색처럼 다채롭게 변하는 작품은 연약한 유리로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견고한 외향을 지녔다.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조형이 반복되며 나타나는 형상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영란, 끌림 attraction 1, 82x60cm, Korean paper, 2016.

◇2관: 김영란 '끌림'

2관에서는 김영란 조각가가 '끌림'을 주제로 전시한다.

현재 (사)한국조각가협회 이사, (사)한국여류조각가회 감사, 이화조각가회 운영위원, 충북도 공공조형물 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조각가는 일상에서 순간순간 겪고 느끼는 끌림의 감정들에 대한 기억,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자연의 순리, 우리 삶의 아름다운 모습의 조합 등을 한지조형예술로 표현한다.

그는 한지의 물성과 질감을 살려 구상된 부조작품을 통해 회화와 조각의 장점을 끌어안으며 시각과 촉각의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한다.

일반적 조각소재인 금속이나 나무, 돌 등에서 찾아보기 힘든 질감의 부드러움과 포근함은 한지 조각만이 가진 큰 매력이다.

소재 뿐만 아니고 모든 색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순수한 하얀 색감도 김 조각가 작품의 특징이다.

양태근, 이중자2(Deureron2), 30x3x41cm, 철, 브론즈.

◇3관: 양태근 '생명의 하모니'

양태근 조각가의 '생명의 하모니'가 3관을 가득 채운다.

인간과 현실, 삶과 죽음, 역사와 환경을 매개하는 언어는 터(site)이다.

김 조각가는 터의 면면함을 되새김으로써 부유하는 삶과 생명을 조망한다.

태초 이래 터는 만물의 생로병사를 관장하며 하늘과 사람의 매개자로, 역사를 증거 하는 증인으로, 우리에게 안식을 제공하는 기반(shelter)으로서의 소임을 다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터는 개발과 문명에 의해 파괴되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부조리한 질서를 찾아내고 고정된 인식의 틀을 바꿔 주객의 고리를 철폐하고자 하는 사유의 과정을 보여준다.

김정희, Space IDEA, 270x150x360cm, Stainless Steel, 2024.

◇4관: 김정희 'Space_IDEA'

4관에서는 김정희 조각가의 'Space_IDEA'가 펼쳐진다.

김 조각가는 이번 전시에서 철사로 만든 인물 조각 시리즈 작품을 출품한다.

작가는 이 작품이 인간의 존재와 그 본성의 세계에 대한 성찰을 나타낸 것이라 설명한다.

속이 텅 비어 있는 인물상의 표면에 피어나는 가느다란 역선(力線)들은 육체에 정신의 에너지를 부여하는 시각적 장치라 할 수 있다.

그는 "비어 있는 몸 조각에서 관객들이 어떠한 영적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작가가 안내하는 이데아의 세계로 가실 준비가 돼 있다"고 부연했다.

작품들은 인체를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며, 선과 공간을 통해 인간과 우주의 연결성을 형상화한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인체 형상의 추상 조각들은 유기적으로 얽히고 흩어진 선들을 통해 물리적 실체를 넘어선 차원을 암시한다. 작품의 선들은 공간을 가르며 내적 에너지와 외부 세계의 조화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관람자로 하여금 보이는 것 너머를 상상하게 한다.

이번 전시의 개전식은 전시 첫 날인 15일 오후 4시에 네오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오는 3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는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 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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