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미호강 준설이 먼저다

2024.08.04 17:06:01

[충북일보] 청주시가 무심천과 미호강 친수공간조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최근 무심천과 미호강에 문화·관광·레저시설을 조성하는 친수사업을 위해 금강유역환경청에 하천점용허가를 신청했다. 지난해 환경부의 '지역맞춤형 통합하천사업' 공모에서 친수사업이 누락된데 따른 후속조치로 볼 수 있다. 이범석 청주시장의 핵심공약인 친수사업 '꿀잼도시 청주' 실현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금강유역환경청의 하천점용허가가 나오면 무심천 방서교~청남교 일원에 물놀이장, 썰매장, 음악분수대 등이 들어선다. 청주대교~1운천교 구간에는 이미 조성된 피크닉존과 수경시설이 개량되고, 꿀잼 수변문화공간도 만들어진다. 장평교~청주대교 일원 무심천 산책로 5㎞구간에는 7천600㎡규모의 꽃길이 조성된다. 무심천과 미호강을 생태·문화·힐링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청주시는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해 내년 12월까지 방서교 일원에 음악분수대를 완공한다. 지난 1995년 청주대교 인근에 설치한 분수대도 개량한다.

국가는 치수(治水)사업을 통해 물길을 다스린다. 댐이나 운하를 건설해 가뭄이나 홍수에 대비한다. 친수(親水)사업은 호수나 하천의 물을 이용해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놀이시설이나 관광자원을 새로 만드는 일이다. 청주시는 지난해 환경부에 친수공간조성사업과 치수사업 예산반영을 요청했다. 이때 환경부는 호안정비, 보도교 개량, 제방보축 사업 등 치수사업 3건만 반영했다. 오송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하자 친수사업보다 치수사업에 집중키로 정책방향을 바꾸면서다. 하지만 환경부의 치수사업 집중정책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시급한 무심천·미호강 준설사업은 빠져있다.

최근 청주시의 대표 하천인 무심천은 적은 비에도 넘치기를 반복한다. 무심천 밑바닥 퇴적층이 한계 이상으로 쌓인 것이 원인이다. 청주시가 지난해부터 진행한 무심천 하상정비사업 연구용역결과 무심천 방서교~2운천교 6.64㎞구간 39개 지점에서 퇴적층이 확인됐다. 지난 1990년보다 최고 70㎝이상 퇴적물이 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무심천이 범람해 하상도로가 통제된 횟수만도 16건에 이른다. 2022년 11건보다 50% 증가한 수치다. 무심천 하상도로의 잦은 통제로 출퇴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다. 이미 설치돼 있는 무심천 둔치 꽃길과 자전거도로, 체육시설이 흙탕물에 휩쓸리기 일쑤다. 특히 무심천이 범람하면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일대가 침수될 수도 있다. 친수사업보다 무심천 밑바닥의 퇴적층을 파내는 준설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현재 청주시는 환경부와 무심천 준설사업에 대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 미호강 준설사업을 최대 핵심 사업으로 선정해 2025년 정부예산안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주시는 올해 무심천에 쌓인 퇴적물을 일부 정비했다. 그러나 이는 퇴적물을 하천 밖으로 빼내는 '준설'이라기보다 하천 안에 다른 곳으로 옮겨 쌓아두는 '정비'에 가깝다. 근본적인 홍수대비책이 될 수 없다. 그나마 무심천·미호강 치수사업에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는 단면을 보여주고 있어 다행이다. 무심천 물을 활용한 청주시의 '꿀잼도시' 구상을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일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다. 무심천에 쌓여 있는 퇴적물을 퍼내는 치수사업 없이 놀이시설과 관광시설이 먼저 설치될 경우 청개구리가 어미의 묘를 물가에 쓰고 비만 오면 울어대는 어리석은 일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당연히 친수보다 치수가 먼저여야 한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