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는 미래를 위한 준비

2024.04.07 14:58:27

박태우

충주시 신성장산업과 수소산업육성전문관

"아빠, 아빠 수소가 뭐야"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아들이 텔레비전 광고를 보다 말고 나에게 물었다.

광고 속에는 '미래의 친환경 에너지 수소에너지가 함께 합니다'라는 문구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직 한글도 깨치지 못한 아들이 수소에 호기심을 가짐에 한편으로 대견했다. 수소산업육성전문관으로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수소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린아이에게 설명해 본 적이 없어 아들의 질문에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일반인들이 수소의 필요성을 묻는다면 나는 "인류가 산업혁명 이후 화석에너지를 주 연료로 사용하면서 지구를 둘러싼 온실가스가 증가했고 이로 인해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각종 자연재해와 경험하지 못한 전염병의 위험에 노출됐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삶과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 화석에너지에서 청정에너지로 에너지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그 청정에너지 중심에 수소가 있다"라고 답한다.

그러나 이 설명을 우리 아들이 이해할 리 없다.

아들, 우리 아들 몸이 뜨거워지면 엄마가 어떻게 해줘· 이마에 차가운 패치도 붙여주고 얼른 나으라고 병원에 데려가서 주사도 맞히고 약도 먹지.

아들이 아빠랑 같이 뛰어노는 이 지구도 아들이랑 똑같아.

지구의 몸이 뜨거워지면 지구만 아픈 게 아니고 지구에 같이 사는 우리 아들, 아빠, 엄마도 다 같이 아프거든 그래서 아들이 아프면 약을 먹듯이 지구도 아프지 말라고 우리가 수소를 주는 거야"라고 최대한 풀어 말해본다.

아직 어린 아들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아빠, 지구에 수소를 주면 지구가 안 아픈 거야"라고 눈을 굴리며 묻는다.

"그럼, 사람들이 지금까지 지구를 배려해 주지 않고 석유라는 걸 사용해 왔어. 지구가 석유를 싫어해도 말이야"라는 나의 대답에 "에이, 그럼 사람들이 나쁜 거네. 지구를 아프게 하잖아"라며 어느새 지구의 편이 돼 입술을 삐쭉 내미는 아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는 현재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화석연료를 사용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은 앞 다퉈 친환경 정책을 발표하고 국가 간 협력을 강조한다.

그중에 가장 큰 화두는 에너지 전환이다. 우리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기는 현재 대부분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에너지 소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빌리티 분야도 대부분 화석연료인 석유를 쓴다.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연료를 탈피하기 위해 전 세계는 수소에 주목하고 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

우리는 더 경제적이고 더 효율적인 에너지를 위해 수소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지난날의 과오를 씻기 위해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면서 에너지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노력은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 오랜 시간 지구가 받은 상처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회복될 것이다.

우리 아들이 지금의 내 나이가 됐을 때, 본인의 자녀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미래를 기다려 본다.

"아빠랑 할아버지가 너를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서 수소를 사용해 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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