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은 얇은데… 힘겨운 5월

기념일 선물 비용 수십만원

2009.05.07 20:30:53

편집자 주

5월 '가정의 달'을 맞았지만 경제상황이 워낙 악화되다보니 오히려 가정의 달이 일반 서민들에게는 '1년 중 가장 힘든 달'이라는 우스개 푸념(?) 소리가 높다.
5월은 어린이 날을 비롯해,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챙겨야 할 각종 기념일이 몰려있는 탓이다. 경제상황과 맞물린 우리의 각종 기념일. 가정의 달을 맞아 서민의 삶을 들여다봤다.

청주 가경동에 사는 시민 최모씨(41)는 지난 5일 '어린이 날'을 힘겹게 넘겼다. 아내와 자녀 둘과 함께 경기도 용인에 있는 놀이시설을 찾아 하루를 보내고 왔지만 희생이 만만치않은 까닭이다.

최씨가 이날 하루에 쓴 비용은 입장료(입장권·이용권 20여만원(4인), 식사비용(점심·저녁 10만원), 주유비 5만원, 기타 비용 3만원 등 무려 40여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날 최씨가 자녀들을 위해 쓴 비용은 서민가정의 평균 비용.

최씨는 "5월이 되면 모든 가장들이 이같은 문제로 심각한 두통을 앓는다"며 "앞으로 남은 기념일들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봉'의 회사원 신분에 매달 아파트 대출이자등을 빼고나면 생활비가 빠듯한 최씨. 최씨는 5월이 그 어느때보다 괴로운 것이 사실이다. 생활이 넉넉하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형편이 그렇다보니 '가정의 달'인 5월이 1년중 가장 힘든 달이 됐다.

5월은 지난 5일 '어린이 날'을 시작으로, 어버이 날(8일), 스승의 날(15일), 성년의 날(18일), 부부의 날(21일) 등 각종 기념일로 꽉 차있다.

최씨는 현재 부모를 모시고 있지않다. 그러나 '어버이 날'에는 형제들과 함께 부모를 모시고 식사도 하고 가까운 근교로 나들이도 다녀 올 생각이다. 물론 매년 용돈을 드리는 것도 잊지 않아 왔다.

최씨는 "형제들이 십시일반해 식사도 하고 나들이도 다녀오고해서 큰 부담은 없지만 워낙 형편이 빠듯하다 보니 부모님께 죄송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오는 15일 '스승의 날'에는 최근 영전한 고등학교 은사를 찾아 뵐 생각이다. 졸업이후 특별히 스승을 찾아뵌 적이 없는 최씨는 최근 스승의 영전소식에 이번 만큼은 꼭 찾아봬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최씨의 삶은 우리 서민의 삶과 크게 다르지않다. 오히려 100% 서민의 삶과 닮아있다.

최씨는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은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 살아있는 중요한 기념일로 당연히 자녀와 부모, 스승등 주변을 돌아보고 찾아보는 것이 도리"라며 "그러나 경기가 워낙 어렵다보니 이같은 기념일을 챙기는 일이 힘든 상황까지 온 것 아니냐"고 아쉬워했다.

/ 홍순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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