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속담에 '저승길이 대문밖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집을 나서면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험악한 세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조금은 섬뜩한 말이지만 이 말의 의미가 요즘처럼 마음에 와닿은 적도 없는 것 같다. 혹자는 요즘 세상은 대문밖 뿐만아니라 집안에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처지라고 할 수 도 있지만 어쨌튼 평범한 소시민이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이 생명을 위협받는 위험한 공간이 됐다. 지난 7월 발생한 오송 궁평지하차도 참사, 서울과 성남(분당) 등 대도심 한복판에서 잇따라 발생한 묻지마 칼부림, 서울 신림동 출근길 여교사 성폭행, 대전 고등학교 교사 교내 피습 등 일일이 열거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하루가 멀다하고 충격적인 사고·사고가 터졌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사건·사고가 발생한 곳 대부분이 늘 다니는 일상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바위가 당장 굴러 떨어지고, 독성이 강한 화학약품이 근처에 있고, 다리가 떠내려가는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 아니다. 최근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사고가 잇따르자 어느 여성은 검은 옷에 야구모자를 깊게 눌러쓴 사람만 보아도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다며 두려움을 토로했고, 언론에는 자기보호 차원에서 호신장비를 구입하거나 호신술을 배우는 여성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심지어 "이러다간 거리에 나설 때 헬멧과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얘기를 하는 사람도 주변에 있다.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됐을까. 어이없다기 보다는 솔직히 무섭고 떨린다. 어느 누구도 그런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들부터 '밤거리를 그냥 다녀도 될 정도로 대한민국은 치안이 안정됐다'는 부러움을 샀는데 이젠 백주(白晝)에도 마음놓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험악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를 비롯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다급해졌다.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각종 대책을 쏟아놓고 있다. 충북도 예외는 아니다. 더욱이 충북은 오송지하차도참사로 전 도민적 트라우마를 겪었기 때문에 안전이란 두글자에 매우 민감하다. 충북도는 이런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 민간단체와 손을 잡고 '도민안심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교육청, 경찰청, 자율방범연합회, 자율방재단연합회 등과 협력해 도민들을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자고 협약을 맺었다. 청주시는 별도의 대책을 강구했다. 시는 밤늦은 시간에도 시민들이 불안감없이 귀가할 수 있도록 안심 귀갓길 지역에 LED안내판 30개를 청주대, 중앙여고, 용담초 일대 등에 이달안에 설치하기로 했다. 충북교육청도 충북도와 청주시와는 다르지만 서울 서이초 여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계기로 강화된 교원보호 정책을 추진한다. 이를위해 도교육청은 교원보호지원센터를 통해 교사들이 안심하고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오송지하차도 참사가 가져온 일종의 나비효과인지는 몰라도 과거 어느때보다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일련의 조치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순찰 몇 번 더돌고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로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의 연속성이다. 아울러 미처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에 대한 발굴과 개선의 노력도 부단없이 추진해야 한다.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문제 만큼은 좌고우면하거나 흥정의 대상이 돼서는 안되는 이 시대의 화두라는 점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