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지금까지 청주는 비교적 재난재해가 심하지 않은 지역으로 알려져 왔다. 몇 년에 한번씩 큰 비가 오면 무심천 주변 저지대와 농경지를 중심으로 침수피해가 발생하곤 하였으나 해안가나 산악지형이 많은 지역보다는 피해가 덜했다. 하지만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400㎜가 넘는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대재앙이 터졌다. 미호강 제방둑이 유실되면서 인근 오송 궁평제2지하차도가 순식간에 잠겨버려 지하차도를 달리던 차량에 타고있던 14명의 고귀한 생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사고순간이 찍힌 동영상을 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순식간에 밀어닥치는 물은 불과 수십초만에 4m가 넘는 지하차도를 삼켜버렸다. 특히 747번 급행버스의 안타까운 장면은 충격과 놀람 그 자체다. 전체 지하차도 구간 가운데 터널 구간을 거의 빠져 나온 해당 버스는 지하차도 오르막 순간에 엄청난 양의 물에 밀려 끝내 올라오지 못하고 참변을 당했다. 이번 오송지하차도 사고는 청주에서 발생한 단일 사건 사고 기준으로 30년전인 1993년 발생한 우암상가아파트붕괴사고(사망 28명)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청주시민들은 역대급 사고에 큰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엄청난 희생자 수에 놀라고, 관계기관이 조금만 대처를 잘했으면 이런 참사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한탄이 교차하고 있다.
사고현장에 대한 수습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이젠 책임소재를 놓고 본격적으로 강도 높은 수사와 감찰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충북도,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경찰 등 어느 기관 예외없이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다만 직접적인 사고 발생 원인이 무엇이며, 이 과정에서 해당 기관이 책임과 의무를 어느정도 했느냐에 따라 유책(有責)의 범위가 달라질 전망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처하는 대한민국에서 잊을만 하면 왜 이런 후진국형 대형 인재가 발생하느냐는 것이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가 발생하기 꼭 3년전에 부산 초량지하차도에서 폭우로 차량이 갇혀 시민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그때도 온나라가 난리가 났다. 전문가·언론 등 각계를 막론하고 후진국형 재난사고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불과 3년만에 청주 오송에서 더 큰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얼마나 더 큰 대가를 치러야만 이런 반복되는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너무나 애통하고 통탄스럽다.
우리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대국이다. 선진국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는 OECD회원국이기도 하다. IT강국을 넘어 원조받던 나라에서 국제사회에 원조를 하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최근들어서는 이런 경제력 뿐만아니라 'K-문화'의 파고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한국을 배우겠다는 나라도 많고 한국에 오는 것을 꿈으로 알고 있는 개발도상국 젊은이들도 많다. 이런 '선진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오히려 우리 스스로 발목을 잡는 건 아닌지 안타깝다. 한 고위공직자는 이번 오송참사를 보면서 시스템과 매뉴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공직자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아쉬워했다. 기계적인 상황보고와 대처가 아니라 비상상황 발생시 발로뛰는 적극적인 예찰과 감시활동이 이뤄졌더라면 이런 큰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하튼 쏟아진 물을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듯이 지금부터는 엄정한 사고원인 규명과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가리는 것이 우선이다. 아울러 이번에 드러난 모든 문제점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철저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뼈아픈 역사도 역사다. 역사에서 배우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덧붙여 다시는 이런 말을 하지 않은 날이 오길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