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내년 4월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구 획정(劃定)이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선거구 획정이란 선거구를 나눠 대표자를 선출하는 기본단위를 정하는 것을 말한다. 획정 결과에 따라 특정 정당에게 유불리(有不利)를 좌우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들도 관심이 높다.
관련법인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의원선거일전 1년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지난 4월10일까지 국회의원 지역구를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은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 획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정치권이 민감한 선거구 조정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쉽사리 결론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행 선거구 획정은 하한 인구와 상한 인구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표면적인 이유는 표의 등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하한인구수는 13만5천521명이고, 상한인구수는 27만1천42명이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내년 총선에서 조정이 필요한 선거구는 전국적으로 30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한 인구수를 초과한 선거구는 18곳, 하한 인구수에 미달한 선거구는 11곳으로 각각 나타났다. 하지만 충북은 이 기준에 해당하는 선거구는 없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충북은 기존 8개 선거구 체제로 선거를 치르게 된다. 큰 틀에서 선거구 조정은 없지만 과연 인구수를 기준으로 한 선거구 획정이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문제다.
선거구 획정얘기가 나올 때 마다 충북에서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것이 인구하한선에 묶여 보은·옥천·영동 선거구에 강제 편입된 괴산의 중부(증평·진천·음성)권 '원대복귀' 여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인구수를 감안한 현 선거구 획정의 근간이 바뀌지 않는 한 괴산의 중부권 환원은 어렵다. 지난달 12일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청주 오송에서 개최한 22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안 마련을 위한 충북지역 의견 청취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박노일 정의당 충북도당 조직국장은 "내년 총선에서 보은·옥천·영동·괴산을 묶었을 때 1석의 선거구가 생기지만 지역민들의 불만과 행정, 정치 활동에 대한 제약이 올 수 있고, 지역 대표성도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명주 진보당 충북도당 청주지역위원장도 "괴산 지역의 생활권은 충주와 음성, 증평이지만 선거구는 전혀 다른 보은, 옥천, 영동과 통합됐다"며 "선거구를 획정할 때 인구뿐 아니라 면적과 행정 단위도 고려해아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상호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연구센터장은 "인구에 따른 표의 등가성도 중요한 선거의 원칙이지만 단원제인 현재 상황에서는 지리·문화적 정체성, 행정 통합성, 면적과 도민 의견 등도 선거구 획정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한형서 중원대교수는 "괴산은 인구수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해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고 꼬집었다.
선거구 획정 기준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지방소멸화가 가속화되고, 수도권 일극화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기준만을 고집하는 것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강하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인구만을 기준으로 한 획정원칙에 교통, 문화, 생활여건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면적과 행정단위를 고려한 시도별 지역구 의석배정에 대한 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라 해서 손놓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당장 개선안을 마련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전문가집단의 연구와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