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을 당시에는 상권이 좋았죠. 이곳 사직상가에만 108개 점포가 성업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시외버스터미널이 이전하면서 좋았던 시절이 끝났고, 이 자리에 주상복합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면서 상권이 급속도로 위축됐습니다. 수억원에 달하는 주상복합에 사는 사람들이 시장을 찾을일은 만무하죠. 주상복합아파트의 특성상 웬만한 물건들은 자체 상가에서 소비되겠죠. 시장활성화는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현대화·도시화로 대변되는 주상복합 아파트. 그러나 그 고층빌딩 아래에는 '위화감'과 함께, '그늘진' 서민의 삶이 존재한다.
ⓒ김태훈 기자
8일 오후, 청주시 사직동 '사직상가'에서 지갑, 벨트 등 잡화를 취급하는 '청원사' 의 한복석 대표는 사직상가에도 한때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사직동 청주시외버스터미널이 청주의 중심이었죠. 사람의 왕래도 많았고 매출도 좋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대표는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고 하소연한다. "지금 사직상가 108개 점포중에 아직 장사를 하고있는 점포는 불과 8개입니다. 거의 문을 닫은 상태죠. 보다시피 상가안은 암흑천지입니다. 우리도 언제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한 상황입니다."
청주의 대표적 상가로 한때 명성을 떨쳤던 사직상가가 몰락의 상황을 맞고 있었다.
인근에 주상복합아파트가 공사를 시작하면서 이같은 어려움은 더해졌다. 한 대표는 "사실 그때 사직상가와 인근 상가를 같이 개발하겠다는 제의도 있었지만 이것이 우리의 생업인데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같은 주변상가의 몰락과 함께 주상복합 인근의 지역주민들의 삶도 편안치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근의 미호아파트 주민들의 경우 일조권과 조망권 피해로 갈등을 빚었고 이 문제는 겨우 얼마전에야 해결될 수 있었다.
미호아파트 주민들은 인근의 주상복합과 대비되는 현실을 타개하고자 최근 재개발과 관련해 추진위원회를 결성했지만 주민들의 동의 부족과 추진위의 미온적인 진행으로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미호아파트 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는 "재개발 추진위는 결성됐지만 사정상 진행이 어려운 상태"라며 "조합설립은 요원한 상태"라고 말했다.
미호아파트 역시 한때는 청주의 대표적인 아파트로 자리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변사정등의 악화로 전체 110세대중 빈집도 다수인 상황이다.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주상복합 등 도시재개발도 좋지만 그에따른 피해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며 "불가피한 재개발의 경우에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근 주민들에 대한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 홍순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