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권의 기본

2022.11.02 17:35:26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


1년 반 전인 2021년 3월 26일. KTX 오송역을 출발해 세종시 신시가지를 경유해 KTX 대전역을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B1 버스(BRT) 바퀴 옆 하부로 한 명의 장애인이 파고 들어가 버스 운행을 가로막았다. 그는 "왜 버스가 장애인을 버리고 비장애인만 태우고 출발하려 하느냐?"며 격렬히 저항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재활협의회 대표였다.

서울에서 출발해 오송역까지 KTX를 타고 이동한 이 대표는 '3·26 장애인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세종으로 이동하려 했지만 버스를 탈 수 없었다. 10분 간격으로 자주 운행하는 버스지만 장애인을 태울 수 있는 저상버스는 단 한 대도 없었다. 버스 운행의 인허가 기관인 지방자치단체나 버스회사 어느 곳도 장애인의 이동권에 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인 장애인이 국민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안이지만 사회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공문을 오랜 세월 간 수차례 발송했지만 세상은 장애인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지 않았다.

사람이 버스 밑으로 파고 들어가 절규하는 극단적 행동을 한 지 1년 반의 세월이 흐르고, 2022년 11월 세상은 장애인의 줄기찬 항거에 반응했다.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를 도입해 12월부터 운행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노후 차량을 교체하면서 '친환경 전기 저상 2층 버스'로 교체한 것이다.

기존의 천연가스를 전기로 바꿔 환경오염 발생을 줄이고, 기존의 계단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꿔 교통약자의 편익을 도모했다. 기존의 단층 버스를 2층 버스로 바꿔 수송 효과를 배가했다. 모든 버스가 바뀐 것은 아니다. 일단 2대의 버스를 도입하고, 향후 대차, 폐차시 신규 구매하는 버스는 모두 바꿔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만시지탄을 느끼기에 충분하지만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세상은 늘 다수에 주목한다. 다수가 편하면 세상이 편하고 다수가 만족하면 세상이 만족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묵묵히 불편을 감수하고 불만족을 참아내는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그러나 침묵한 소수도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수의 불편과 불만을 살펴볼 줄 아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저상버스의 도입과 기차, 전동차 등의 장애인 구역 설치는 이제 시작단계이다. 앞으로 꾸준히 도입을 확대해 대한민국 땅에서 운행하는 모든 교통수단은 장애인의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는 여전히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어떤 조치도 없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없는 현실은 불공정의 극치다.

아울러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장애인이 지체장애인만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도 자유롭게 시내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버스 승차장에서 진입해오는 버스의 번호와 목적지를 안내해주는 서비스가 확대 시행돼야 한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버스 내 노선과 다음 승차장을 안내해주는 모니터가 설치돼야 한다. 그 밖에 소수의 장애인을 위한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15가지 장애 유형이 있는데 앞으로 서서히 변화하기를 바란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인증제도 시행지침을 보면 장애인도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제거하자는 것에 중점을 둔 운동이 시행 중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국민은 공정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소수라고 해서 그들에게 불편을 감내하며 살라고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이동권은 누구나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기에 앞서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란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일은 헌법의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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