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도움으로 우뚝 일어서"

청주시청 장애인사격부 박진호 선수 인터뷰
대학 4학년 때 낙상으로 하반신 마비
체육 꿈 접어야…장애인 스포츠로 재기
힘든 시기마다 주변서 힘 얻어

2021.09.13 20:06:13

박진호(왼쪽·44·청주시청) 선수가 2020 도쿄 패럴림픽 사격 혼성 10m R3 공기소총 복사 SH1 경기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진호선수
[충북일보]지난 1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사격 혼성 10m R3 공기소총 복사 SH1 결선 경기.

모두 24발을 쏘는 경기에서 청주시청 박진호(44) 선수는 21발까지 222.0점을 기록, 221.1점을 얻은 2위 힐트로프(29·독일)에 0.9점 앞서 있었다.

하지만 박 선수의 22번째 총알이 9.4점에 맞고 힐트로프가 10.6점을 쏴 전세가 뒤집어졌다.

결국 박 선수는 0.1차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 선수가 9점대를 쏜 건 다리 경련 때문이다.

하반신 마비 장애가 있는 사격 선수들은 오랜 시간 시합을 하다 보면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 경기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있다.

실력과는 별개의 문제다.

억울할 수도 있지만 박 선수는 13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6일 일본에서 돌아온 박 선수는 방역지침에 따라 오는 20일까지 능동감시 대상에 포함돼 대면 인터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릴 적부터 태권도, 수영, 육상 등 여러 운동을 즐기던 박 선수는 체육 분야로 진로를 정하고 수원대학교 체육학과에 입학했다.

졸업을 앞둔 그는 경호업에 종사하거나 태권도장을 운영하고자 했다.

그러나 2002년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쳐왔다.

낙상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것이다.

그에게 장애는 진로를 완전히 포기해야 할 만큼 치명적이었다.

박 선수는 "너무 힘들었다. 무엇을 해야 할 몰랐다"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볼까 했지만 평생 운동을 해 온 저에게는 쉽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1년간 병원 치료를 받던 그는 병원 사회사업과를 통해 장애인스포츠에 대해 알게 됐다.

여러 종목을 접한 그는 '남자다운 스포츠'라는 생각에 서울 정립회관에서 사격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키 187㎝의 좋은 신체조건과 짧은 선수 경력에 낸 입상 기록, 뜨거운 열정으로 2006년 청주시청 장애인사격부에 입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시합 도중 입은 부상으로 욕창이 생겨 3년간 제대로 훈련조차 할 수 없었다.

박 선수는 "수술을 받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자연히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고, 팀에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심적 고통도 받았다"고 밝혔다.

병세가 호전되자 그는 처음 사격을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총 드는 방법 등 기본기부터 다시 익혔다.

그가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2014 IPC 세계선수권대회 4관왕',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은메달', '2019 호주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 등 기적과 같은 수상 기록을 써내려갔다.

올해는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 충북선수단 유일의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는 끊임없는 노력의 원동력을 '주변의 도움'으로 꼽았다.

박 선수가 낙상으로 치료를 받던 1년간 그의 큰 누나는 지극 정성으로 그를 간호했다.

욕창으로 3년간 공백기를 겪은 이후에는 당시 강원묵 청주시청 장애인사격부 감독의 격려와 지도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숱한 시련을 겪는 과정에서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온 아내의 역할도 컸다.

박 선수는 "힘든 고비마다 함께 해 준 이들이 있었기에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저를 믿어준 이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얘기를 다시 한 번 해주고 싶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도 패럴림픽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준 도민들께도 감사드린다. 모두가 힘들고 지치는 시기를 보낼 때가 있다. 낙담하지 않고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과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 신민수기자 0724sm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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