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상여·목관(木棺) 제작 겨울 쉴 틈 없어

쉬는 날 없는 경로당 ② 영동 황간 황주리노인회

2009.01.12 16:49:03

영동군 황간면 황주리노인회원들이 모여 접은 총천연색 종이꽃을 정성스럽게 상여에 매달고 있다.

영동의 한 산골마을 노인회가 장례용품을 제작 판매해 노인회 기금도 마련하고 불우이웃까지 돕고 있어 화제다.

영동군 황간면 황주리 마을 노인회(회장 김상길)는 지난 94년부터 노인회관 공동작업장에 모여 사라져가는 꽃상여를 제작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소일거리로 시작한 꽃상여 만들기가 올해로 15년 이란 세월이 지나면서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 한때 연 100여대가 납품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장례문화발달로 연간 20여대가 판매되지만 황주리 노인회원 40여명은 상여를 납품해 마련한 공동작업장에 수시로 모여 천연색 종이꽃으로 정성을 다해 상여작업을 하고 있다.

비록 납품 물량이 줄었지만 이렇게 노인들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 상여는 인근 농협과 병원 장례식장 등에 대당 18만여원에 납품 된다.

이장 조남권씨가 경북 문경과 점촌 등을 찾아다니며 몰래 상여를 가져와 어렵게 배운 꽃상여로 2천여만원이 넘을 정도로 기금을 마련하는 등 기틀을 잡았으나 농촌인구 감소와 몇 년 전부터 우후주순처럼 생긴 장례식장에 밀려 벌이가 시원찮아 졌다.

이러던 중 3년 전부터 상을 당하면 필수품 중 하나인 일회용 목관에 손을 댔다.

처음에는 원목을 사다가 대패로 밀어 잘라 맞추기가 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자재 구입 등 준비 부족 탓에 꽃상여 시작할 때만큼이나 난감했다.

영동군 황간면 황주리노인회 손광석씨가 이장 김종국씨의 도움으로 일회용 목관작업을 하느라 일손이 바쁘다.

이에 경험이 부족한 노인회는 농협소개로 김상길 회장, 이기덕 총무, 손광석씨, 이장 등 회원들이 강원도 횡성농협까지 찾아가 견학을 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관제작하는 방법을 쉽게 알려 주지 않는 터에 쓰다 남은 관을 가져와 분해하고 짜 맞추는 작업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치며 숙련에 이르게 됐다.

관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손광석(75)씨는 "처음에는 혐오스러워 할까봐 걱정들을 많이 했으나 회원들과 마을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큰 탈 없이 잘되고 있다"며 "나도 언젠가는 이 관을 이용하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재구입이 수월찮아 겨우겨우 알게 된 노인회는 사정사정해 인천에서 한 목재상으로부터 구입해 온 오동나무를 작업장에서 자르고 못질해 만든 목관은 하루 10개정도로 특대, 대, 중, 소 등 4개로 구분해 5만원씩 영동장례식장과 영동병원장례식장에 납품하고 일부는 마당놀이 등 행사용으로 판매 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황주리는 농촌노인장수마을로 선정돼 경제소득활동영역으로 육성 군으로부터 1억4천여만원을 지원받아 작업공간에 대한 환경개선을 해 일하는데 수월해졌다.

이 마을 노인회는 상여와 목관을 제작해 얻은 수익금으로 노인회 기금을 마련해 크고 작은 마을애경사에 기금을 내놓는가 하면 생일 때나 아픈 노인은 물론이고 연말연시 어려운 노인들을 돕는데도 사용하고 있다.

김상길 노인회장(74)은 "소일거리로 시작한 꽃상여 만들기가 올해로 벌써 15년째가 됐다"며 "해가 갈수록 상여납품물량이 줄어들어 돈벌이가 시원찮아졌지만 일회용 목관이 그래도 뒷받침돼 다행이며 열성적인 총무와 모든 회원들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알차게 노인회를 꾸리게 됐고 어른답게 나설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동 / 손근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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