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뻐꾸기를 듣다

2018.12.09 18:42:23

뻐꾸기를 듣다

                오탁번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앞산 뻐꾸기가
음정 박자 다 맞춰서
뻐꾹뻐꾹 잘 울다가도
이따끔 뻑, 잘못 울 때가 있다
한참 동안 가만히 있다가
다시 뻐꾹뻐꾹 제대로 운다
그러다가 또 뻑, 틀린다
고놈, 참 촐싹대기는!

오랜만에 읍내에 나가
스테이크에 와인 마시고 온 날
앞산 뻐꾸기는
젓갈 말고 포크로 고기 먹은
내가 배알이 꼴린다는 듯
어럽쇼, 포크 포크, 운다
개개비 둥지에 알 낳은 고년,
참 재빠르기는!

다 저문 노을 아래
가는 귀 먹은 이즘에는
앞산 뻐꾸기가
가다가 또 야릇하게 운다

어린 외손녀 볼 때마다
넌 내 배꼽에서 나왔단다
입 닳도록 거짓부렁 했더니
내 말을 다 엿듣고
나랑 말동무 하자는 듯 글쎄,
뻐꾸기가 배꼽배꼽, 운다
고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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