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도로위의 잠

2018.12.04 20:16:56

도로위의 잠

                    김나비
                    충북시인협회

야음을 틈타
허기를 지우려던 걸음이
눈발 날리는 도로에 널부러졌다

부릅뜬 눈에
달빛이 소름처럼 내려앉았다
도로가 훅훅
고라니의 식어가는 숨을 삼키고
밤은 검은 손을 뻗어
고라니의 살갗을 더듬었다

난생 처음 등을 깔고 누워
바라본 하늘엔
단단한 어둠을 찢고 나온
쪼개진 반달이 떠있고
자작나무 그늘 속에서
튀어나온 부엉이 울음 소리
여린 숨을 휘감고 맴을 돌았다

널린 몸통에서
새어나오는 실타래같은 핏물을
솜털 쌓인 도로가
빨갛게 받아먹었다

밤새 눈발이
중얼중얼 잠꼬대처럼 내리고
허기진 도로는
빨간 피를 마시며
하얗게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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