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고양이들이 더위를 피해 청주 봉명동의 한 빌라 벽에 기대 있다.
ⓒ강병조기자
[충북일보] 숨쉬기조차 어려운 무더위에 사람은 물론 반려동물의 안전까지 위험에 처했다.
오랜 시간 관리를 받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져 목숨이 위태로운 유기동물과 길고양이들이다.
여름 휴가철 피서지에 반려동물을 버리는 행위가 여전해 이 같은 상황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충북지역은 매년 유기동물이 늘어 지자체의 대책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에 따르면 도내 유기동물은 2015년 3천41마리, 2016년 3천850마리, 2017년 3천551마리다.
특히 여름철 유기비율이 높았다. 지난해 전체 유기동물의 27%에 달하는 990마리가 6~8월에 버려졌다.
올해는 지난 6월 말까지 모두 1천511마리가 유기됐으며, 이 중 6월에만 296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했다.
한낮 기온이 36도에 달했던 25일 청주 봉명동의 한 빌라에도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양이들이 보였다.
해당 빌라 주민의 말에 따르면 약 일주일 전부터 나타난 새끼 고양이 무리로 발견 당시에는 3마리였다.
하지만 그중 한 마리는 발견된 지 채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빌라 근처 잔디밭에 죽은 채 방치돼 있었다.
주민 A씨는 "집에서 키울 형편이 안돼 사료와 물만 주고 있었다"며 "주변에 임신한 고양이가 없었고 갑자기 나타나 사람을 따르는 걸 보면 아마 누군가 버리고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여름철 유기동물의 죽음은 겨울과 마찬가지로 수분 섭취 및 영양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장시간 외부에 노출된 생활 특성상 폭염이 계속되는 시기에는 열사병에 걸릴 수 있다.
개와 비교해 더위에 강한 고양이도 열사병에 걸리면 설사나 혈변, 심하게는 쇼크로 인한 사망에 이른다.
길고양이의 상황은 더하다. 아파트나 빌라 주변 쓰레기통에서 상한 음식을 섭취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한 악취로 인해 다른 계절보다 인근 주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주민 B씨는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사람도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상황"이라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이해가 간다.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길고양이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길고양이들이 더위를 피해 차량 밑이나 보닛 안 그늘진 곳에 들어가며 인명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차량 출발 전 운전자가 차 보닛을 두드리거나 바퀴 주변을 살피는 등 점검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이외에도 여름철 반려동물 사고를 예방하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장석진 청주 온누리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은 "여름철에는 반려동물이 스스로 그늘진 곳으로 향할 수 있도록 평소보다 목줄을 길게 풀어주는 것이 좋다"며 "차 안에 동물을 태우거나 마당에서 키우는 경우에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 강병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