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시56분 희망 싣고 다시 새벽을 연 '서민열차'

현장르포-영동·옥천역 무궁화호 첫차 부활 첫날
박세복·김영만 군수·지역 주민 대전역까지 시승
민·관·정·언 똘똘 뭉쳐 지켜낸 '교통인프라' 기록
박덕흠 의원 "주민 불편사항 해결에 앞장 설 것"

2017.03.01 20:23:51

영동·옥천에서 대전까지, 그리고 서울까지. 새벽 5시 56분 무궁화호 기차가 부활했다. 지난해 말 폐지된 이 기차는 농민들과 귀농·귀촌인들이 애용했던 첫 기차다. 새벽 첫차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다. 새벽 첫 기차 운행재개를 축하하는 사람들이 지난달 28일 영동·옥천역에 모였다. 첫 운행을 앞두고 시승에 나선 박덕흠 의원과 영동군 관계자·주민들.

ⓒ김태훈기자
[충북일보] 2월 28일 새벽 5시 영하 4도의 추위 속에서 영동역사에 4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관련기사 1월 26일 1·2면, 2월 9일 3면>

새벽 4시 30분 동대구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영동역 5시 56분)를 탑승하기 위해서다.

이 기차는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선로 배분지침' 고시를 통해 열차운행을 조정하면서 폐지됐다.

이후 영동·옥천군민과 지자체, 지역구 자유한국당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이 국토부와 한국철도공사 등을 상대로 새벽 첫 기차 부활을 촉구했다.

새벽 첫차 운행의 필요성을 역설한 본보 보도내용을 확인하고 있는 승객들.

ⓒ김태훈기자
본보는 지난 1월 26일 설 특집호를 통해 '묵직한 삶의 무게 견디며…서민열차 새벽을 열어라'라는 주제로 1면과 2면에 걸쳐 영동·옥천역 무궁화호 새벽 첫차의 부활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 기차가 부활되어야 하는 이유는 새벽 5시 56분 영동역을 출발해 옥천역을 거쳐 대전역, 서울까지 운행되어야 영동·옥천군민들의 서울지역 '1일 생활권'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차가 사라지면 오전 6시 59분 무궁화호를 타야 한다. 하지만, 이 기차는 오송에서 청주~제천으로 이어지는 노선으로 서울 등 수도권과 직접 연결하지 못한다.

다음 기차는 오전 8시 15분. 이 열차는 오전 10시 57분 서울에 도착하기 때문에 귀농·귀촌인들의 출·퇴근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무궁화호 재운행을 알리는 영동역사 내 플래카드

ⓒ김태훈기자
남진근 영동역관리역장은 이날 본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영동역 새벽 첫 기차의 상징적인 의미는 전국 1일 생활권 확보로 볼 수 있다"며 "지난해 12월 폐지된 새벽 첫 기차가 오늘부터 운행을 재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벽 5시 55분 영동역 플랫폼에 무궁화호 도착. 박덕흠 의원과 박세복 영동군수, 영동군의원, 영동공무원들이 기차에 탑승했다.

새벽 첫 기차 첫번째 승차권을 구입한 영동군 봉현리 거주 손일남(74)·김순자(65) 부부.

이날 부활 첫 기차의 첫 승차권 구매자는 영동군 봉현리에 거주하는 손일남(74)·김순자(65) 부부다.

이들 부부는 본보 인터뷰를 통해 "조카가 서울에서 치과를 하는데 '임플란트'를 하러 함께 다니고 있다. 약 1년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동안 많이 불편했다"며 "시골 주민들에게 새벽열차는 꼭 필요하다. 이 기차가 없으면 조카의 치과에서 당일치기 치료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세복 영동군수는 "새벽 기차가 폐지되면서 역장과 철도공사와 수차례 협의하고, 박덕흠 의원과 함께 첫차 부활을 위한 방법을 찾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며 "특히 지역 언론에서도 영동·옥천역 부활의 필요성을 대서특필하면서 큰 힘을 실어 줬다"고 밝혔다.

옥천역 도착. 김영만 옥천군수와 옥천군의원, 옥천군청 공무원들이 기차에 올랐다. 영동에서 출발한 일행과 합류한 이들은 대전역까지 함께 이동하면서 영동·옥천 새벽 첫 무궁화호 열차 부활의 의미를 되새겼다.

김영만 옥천군수는 "제가 80년대 국회에 근무할 때 자주 이용했던 열차다. 지난해 12월 폐지 소식을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대한민국 첫 열차이자 서민에게 꼭 필요한 이번 열차운행 재개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영동·옥천군과 함께 국토부, 철도공사 등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새벽 첫차 부활을 확정시킨 박덕흠 의원도 이날 본보 인터뷰를 통해 "서민들의 애환이 닮긴 새벽 첫 차의 부활은 지역 민·관·정·언이 똘똘 뭉쳐 지켜낸 대표적인 교통 인프라로 기록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주민들이 불편한 사항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불합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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