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의 대결

2016.08.22 14:32:40

윤양택

충북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미국 버지니아 서머스카운티 텔콧마을 외곽, 사용하지 않는 기차터널 앞에 망치를 든 건장한 사내의 동상이 있다. 증기 기관에 의한 바위를 뚫는 기계가 처음 터널 공사에 투입되었을 때 동상의 주인공 존헨리는 인간의 영역을 기계가 대체하는 것을 용서 할 수 없다 하여 꼬박 하루 동안 증기드릴과 시합을 벌였다고 한다. 결과는 존헨리가 가까스로 이겼지만 과로로 인하여 사망하고 말았다. 그 이후 바위를 뚫는 작업은 망치 대신 당연 증기 드릴로 대체하게 되었고 철도 노동자의 일자리 변화 또한 당연지사 이었을 것이다.

인간과 기계의 대결은 아주 먼 옛날부터 최근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기사의 대결까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그리고 사람이 하던 일을 하나씩 기계에게 내주면서 일자리 변화와 생활의 편리함을 함께 추구해 왔다. 불과 오십년 전에 '밥은 전기 밥솥이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 거야' 라고 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믿었겠는가. 전기와 기계,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는 현 문명을 지탱하는 힘이 된지 오래이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가 성인이 되어 직업을 가질 때 그 직업의 70%는 현재는 없는 새로운 직종에서 일 할 것이라고 한다.

컴퓨터, 통신,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로봇 등의 발달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지금 엄청난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으며 정보, 의료, 교육, 서비스산업을 포함한 모든 일상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요구 할 것이다. 아마도 인간과 기계의 대결은 이미 예날 이야기가 되고 기계와 기계의 대결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상상한다. 대결은 종종 선과 악이 충돌하는 장면을 연출시키면서 많은 독자와 관객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 대부분은 선이 악을 제압하면서 우리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인간과 기계의 수많은 대결에서 지금까지는 인간에게 문명의 이기를 가져다주는 좋은 쪽으로 과학과 기술은 발전해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 물론 그럴 것이다. 하지만 치루어야 할 댓가의 규모는 지금과는 차원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정보의 전쟁은 고대부터 있어온 것이었지만, 지금은 개인, 기업, 국가를 막론하고 정보의 전쟁에서 뒤지면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4차산업 성숙에 따른 정보는 지금의 단순정보를 넘어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의하여 정밀 가공된 정보로서 강력한 예측기능을 가질 것이다. 이러한 정보를 소유하는 기업 또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상대와는 극복하기 힘든 힘과 부의 격차를 초래 할 것이다. 사회 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삶의 가치에 대한 변화를 가져 올 것이며, 보편타당으로 삼는 현재의 가치 기준이 상당부분 재정립 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어느 한 집단의 기술과 정보의 독과점에 따른 피해는 선량한 소비자와 국민에게 전가 될 것이며, 그 독과점의 규모는 국지적 국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지구촌에 사는 한 벗어 날 수 없는 형태의 것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선과 악의 대결, 인간과 기계의 대결은 집단과 집단의 대결, 집단과 국가의 대결, 집단과 인류와의 대결이 될 것이다.

한 글로벌 통신회사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우리 주머니 돈을 야금야금 빼 간다고 하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해당 통신사를 이용하지 않을 수 도 없고, 개인이 거대 통신회사를 상대하기도 힘들다. 국가 또한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기술, 정보를 혜쳐나가 법의 잦대로 심판하기 쉽지 않은 상황 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올 수 밖에 없는 이러한 미래의 일들을 대처 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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