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치안 확보를 위해서는

2016.08.10 16:22:20

류한민

충주경찰서 연수지구대 순경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많은 여성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여성들의 불안은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과거보다 더 자주 순찰을 돌고 거리엔 가로등과 CCTV 등 방범시설이 증가했다. 경찰은 여성안심귀가길, 귀가동행 서비스, 여성아동용 112긴급신고·목격자를 찾습니다 어플리케이션, 공공화장실 점검 등 더 다양한 종류의 치안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놀랄만한 치안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계속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필자가 경찰이 되기 전에는 경찰이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어쩌다 한번 경찰차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여기 무슨 일이 났나?'하고 걱정부터 하곤 했다.

경찰이 된 뒤 순찰을 돌며 마주치는 사람들은 나를 보면 "여기 혹시 무슨 일이 났나요?"하고 종종 묻곤 한다.

사람들이 경찰을, CCTV를, 그리고 여성 안심귀가길이라는 것을 보고 '여기가 치안이 잘 되어있다, 안전하다'고 느끼기에는 어딘가 2%부족한 면이 있는 것이다.

필자는 경찰이 되기 전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이나, 합기도학원 다닐때나, 공무원시험 공부를 할때 밤 10시에 귀가하곤 했다.

그 수많은 귀가길 중 내가 불안해하지 않은 때가 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가장 첫 번째는 역시 누군가가 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는 경우였다. 하지만 치안대책으로 "늘 친구와 또는 가족과 함께 귀가를 하세요"라고 할 수는 없다.

두 번째로 내가 혼자 걸으면서 범죄를 떠올리지 않았던 길은 바로 대구에 있는 '봉산문화회관 길'이었다. 나는 그 길을 혼자 걸으면서도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불안해하며 걸은 적이 없다.

그 길은 이랬다. 새까만 아스팔트가 아니라 황토색 보도블록이 설치되어 있었고 가로등은 환했다. 갓길주차 된 차량이 없었으며, 중간 중간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거리는 깨끗했고 가로수는 너무 크지 않은 이팝나무를 심어놓았으며 이팝나무 밑 화단에는 철철이 바뀌는 꽃들이 잘 가꾸어져 있었다. 어느 날 꽃이 훼손되기라도 하면 다음날 다시 생생하고 예쁜 꽃이 그 자리를 메꾸었다. 그 길은 늘 누군가가 관리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곳, 누군가가 계속 관리하는 곳, 즉 인적이 느껴지는 곳, 혼자가 아니라고 느껴지는 곳에서 우리는 불안을 덜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나는 길 곳곳에 사람의 손길이 닿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치된 공간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경찰, 그리고 충주시청과 시민이 합심하여 모든 길목과 장소에서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실행될 때 충주는 2%부족했던 체감치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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