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가는 나라와 내려가는 나라

2016.07.20 20:38:01

윤진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

요즘 언론에서는 계속 공직자들의 문제가 시끄러울 정도로 나오고 있다. 검사장이라는 인물과 교육부 기획관이라는 상당히 고위 공직자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 검사장이 얽힌 일은 자꾸 범위가 커져간다는 보도도 나온다. 보고 있자면 한숨이 나와서 TV를 얼른 꺼버리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생겨서 적어도 몇 십 분쯤은 수명이 줄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일이 어찌 한 두 번 이겠는가만, 볼 때 마다 속이 뒤틀리는 것을 보면 성정을 너그럽게 타고 나지 못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속을 식히려 역사책을 집어 드니 로마 역사가 보인다. 알다시피 고대 로마는 작은 도시국가로 시작했다가 대제국으로까지 발전한 나라이다. 그리고 로마가 주도한 지중해 세계 질서는 '팍스 로마나(로마의 평화)'라고 불리며, 오늘날까지 그 이름이 전하고 있다. 역사란 워낙 많은 요인들이 얽혀 변화, 발전하는 것이기에, 역사가로서 역사적 변화를 한두 가지의 요인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금기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로마의 발전 요인을 크게 한 가지만 찾아보자면, 로마 귀족들의 절제와 희생정신이라고 하겠다. 로마가 제국이 되기 전 아직 공화정 시기일 때인 기원전 509년에서 기원전 265년까지의 기간은 로마가 크게 발전하고 영역과 영향력이 커진 시기이다. 이 시기의 특징으로 역사가들은 귀족과 평민 사이의 소위 '신분투쟁'을 든다.

'신분투쟁'이란 귀족이 주도하는 사회 질서에 평민들이 자신들에게도 권력을 나누어달라고, 적어도 당신들 마음대로만은 할 수 있지 못하게 하는 견제 장치를 달라고 하는 투쟁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해 로마 귀족은 조금씩 양보를 거듭하였다. 그리고 평민들은 이에 화답하여 귀족의 지도력을 인정하고 화합하여 나간다. 이 시기는 내적으로 '신분투쟁'의 시기였지만, 외적으로는 팽창의 시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카르타고와의 3차에 걸친 전쟁은 로마 역시 모든 것을 걸고 건곤일척의 심정으로 싸워야 했다. 특히 1, 2차 전쟁의 경우는 로마가 패망의 위기까지 간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 시기 동안 로마 귀족들은 자기 자식이 징집 연령이 안 되어도 전쟁에 내보내고, 재산을 팔아 군비로 헌납하는 등, 최선을 다해 헌신하였다. 그리고 이에 화답한 평민들과 함께 최후의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결국 로마는 지중해의 패권을 잡게 되었다. 이후 로마는 제국으로의 가도를 달려갈 수 있었다.

로마 귀족의 절제와 헌신은 딱 여기까지였다. 이후 귀족들은 정복의 과실을 독점하고 평민들에게는 거의 나누어 주지 않았다. "파이가 커져야 나누어 먹을 것이 많이 생긴다"고 하더니, 파이가 생기자 소수의 사람들이 자신들만 먹고 부스러기만 조금 흘려서 나머지 모든 사람보고 주워 먹으라고 하는 격이 되었다. 분노와 절망에 평민들이 이를 갈며 신음할 때, 이들의 대변자로 그라쿠스 형제가 나타난다.

그라쿠스 형제는 전쟁으로 얻은 정복지를 귀족들이 독점하여 대농장으로 만드는 것을 줄이고, 땅이 없는 평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법안을 만들자고 하였다. 이에 귀족들은 사병을 동원하여 그들을 공격하였고, 결국 그라쿠스 형제는 비명에 가고 만다. 이 일을 계기로 로마 사회는 두 쪽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어리석은 민중은 지도해야 하며, 신분제는 공고하게 해야 한다."는 귀족 중심의 보수파와, 가난한 평민도 국가에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면 한 몫을 할 수 있고, 결국 나라의 부강에 보탬이 된다는 민중파가 나타난 것이다. 민중파에는 소수이지만 일부 귀족들도 가담하였다. 간략히 말하면 이 두 정파 사이의 다툼은 내전으로 발전하고, 그 결말은 파벌을 이끄는 장군들의 권력 독점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마침내는 모든 권력을 한 몸에 쥔 인물, 황제가 이끄는 제정이 성립하였다. 이제 귀족들도 그 앞에서 머리를 숙여야 했다. 역사책을 덮고 다시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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