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치는 어떤 사회에서 꽃피울 수 있을까

2016.04.27 14:55:34

윤진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

이제 선거도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러워 하는 듯하다. 필자 역시 깜짝 놀라기도 했고, 이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몰아닥치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 변화가 우리 사회에 좋은 쪽으로 영향을 주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그러면서 민주정치는 어떤 상황, 어떤 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것인지에 대한 상념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 상념은 최근 보고 있는 글 때문이기도 나타난 것이기도 하다.

요즘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같이 읽고, 토론하며, 번역하고 있는 책이 있기 때문인데, '플루타르크 영웅전'이라는 제목으로 많이 알고 계실 작가 플루타르코스의 다른 작품 일부이다. 그는 '모랄리아'라는 제목의 수필집을 간행하기도 했다. 말이 수필집이지, 실제로는 철학서이기도 하고, 종교적, 교육적인 글도 있는 여러 장르의 글들이 모여 있는 책이다. 그중에 필자가 주목한 것은 '7현인의 저녁식사'라는 제목의 글이다.

고대 그리스 인은 기원전 7~6세기에 활약했던 여러 정치가, 철학자 중에서 현명하다고 소문난 일곱 명에게 7현인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는데, 서기 1~2세기에 활약했던 작가 플루타르코스는 이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장면을 가상으로 그려낸 것이다. 비록 가상이기는 해도, 박식한 플루타르코스가 그들의 어록이나 자료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어서 현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그 중에 바로 며칠 전에 읽었던 부분이 마음을 건드렸고, 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저녁식사 자리에 모인 현자들이 이야기하다가 어떤 사회, 어떤 국가에서 민주정치가 가장 잘 시행되고 오래 갈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게 되었다. 일곱 명의 의견은 모두 일리가 있는 견해이고, 민주정치의 여러 측면을 각기 다른 시각에서 본 것이지만, 특히 와 닿았던 부분은 그 중 세 현인의 견해였다.

먼저 솔론은 "범죄에 의해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피해자들에 못지않게 범죄자를 기소하고 처벌하는 나라에서 민주정치가 가장 잘 운영되고, 가장 효과적으로 영속할 것이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사회 정의가 가장 잘 구현되는 국가가 가장 좋은 민주정치를 시행하는 곳이라는 이야기인데,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저 내 일이 아니라고, 다른 사람 상황이라고 손 놓고 구경하거나, 그 정도를 넘어서서 "저 사람들은 뭐 저렇게 그 문제를 자꾸 이야기한담. 이제 그만 좀 하지"라는 반응에 대한 일침은 아닐까. 모든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면 정작 내게 문제가 닥쳤을 때는 누가 같이 분노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 주겠는가?

두 번째 소개할 것은 탈레스의 견해로서 그는 "민주정치란 사람들이 지나치게 부유해지지도 않게 하고, 지나치게 가난하게도 만들지 않는 것이라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보면서 필자는 '경제 민주화'라는 말과 상통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나치게 부유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또 지나치게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서로 질시하며 미움과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사회의 분열로 이어지므로 당연히 사회나 국가의 발전이 저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클레오불로스는 "공직자가 법보다 비난을 더 무서워하는 곳의 시민들이 가장 정의롭다네"라고 말하며 공직자의 윤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공직자가 그저 법에 어긋나지 않는지만 신경 쓰게 된다면, 그야말로 제대로 행정이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감정, 걱정, 우려를 법보다 먼저 생각하는 공직자들이 있는 사회의 시민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행복한 시민들이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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